동아리방에서 내가 좀 이상한 질문을 했거든. 몰래 우는 장소 있냐고.
다들 처음엔 웃었어. 그런 게 어디 있냐고.
근데 한참 있다가 칼손이 먼저 말하더라. 있대.
칼손 옥상 문 앞 계단. 맨 위 칸.
칼손은 학교 옥상 문 앞 계단에 간대. 옥상 문은 잠겨 있어서 아무도 안 와.
맨 위 칸에 앉으면 아래에서 안 보인대. 거기서 운대.
근데 웃긴 게 있대. 그 계단 벽에 누가 연필로 작은 하트를 그려놨대.
칼손이 처음 갔을 때부터 있었대. 누가 그렸는지 모르는데, 자기보다 먼저 거기서 운 사람이 있었던 것 같대.
칼손이 말하니까 다들 하나씩 꺼내더라.
불나방은 집 욕실이래. 샤워기 틀어놓고 운대. 물소리에 묻히니까.
돌부처는 버스 맨 뒷자리래. 창문 쪽으로 고개 돌리고. 아무도 뒤를 안 보니까.
나는 엄마 차 조수석이야. 엄마가 마트 들어가셨을 때 잠깐.
다들 진짜 하나씩 있었어.
불나방 샤워하면서 울면 아무도 몰라. 눈도 원래 빨개지니까.
생각해보면 다들 왜 몰래 우는 걸까.
남 앞에서 울면 이유를 말해야 하잖아. 그리고 상대가 걱정하고. 그게 미안한 거야.
그래서 혼자 울 데를 찾는 거라니까. 다 울고 나서 아무렇지 않게 돌아오려고.
그러니까 몰래 우는 장소는 숨는 데가 아니라 다시 돌아오려고 잠깐 들르는 데인 거야.
돌부처 울고 나면 좀 가벼워.
칼손이 그러더라. 다음에 옥상 계단 가면 그 하트 옆에 하나 더 그릴 거래.
자기 다음에 거기서 울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게.
나는 그게 좋았어. 혼자 우는 자리인데 거기도 누군가 먼저 있었고, 또 누군가 올 거잖아.
너도 혼자 울 자리가 필요하면 하나 정해둬. 그거 이상한 거 아니야. 다들 있거든.
다 울고 나면 돌아오면 돼. 동아리방은 울고 온 애한테 이유 안 묻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