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방엔 손짓이 네 개 있거든. 누가 정한 건 아니고 어느새 생겼어.
말로 하기 어려운 날 쓰는 거야. 안 좋은 날은 입이 잘 안 열리잖아.
그래서 손으로 해. 다들 알아들어.
불나방 이거 우리만 알아. 비밀이야.
첫 번째는 엄지를 옆으로 눕히는 거. "그냥 그래."
불나방이 칼손 계좌 대신 봐줄 때 처음 썼어. 그 뒤로 다들 써.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날. 설명하기 귀찮은 날. 엄지 하나면 끝이야.
두 번째는 주먹을 쥐었다가 펴는 거. "좀 힘들어."
칼손이 만들었어. 쥔 주먹은 힘든 거고 펴는 건 그래도 괜찮아지려고 한다는 뜻이래.
이걸 하면 다들 그 애 옆에 과자를 밀어줘.
칼손 이거 하면 아무도 이유 안 물어봐서 좋아.
세 번째는 손가락 두 개로 책상 위를 걷는 거. "나가서 바람 쐬자."
불나방이 만들었어. 동아리방이 답답할 때 이거 하면 둘이 같이 복도로 나가.
말로 하면 "왜?"라고 물어보잖아. 근데 손가락으로 하면 그냥 따라 나가.
네 번째가 제일 좋아. 돌부처가 만든 거야.
손바닥을 책상에 한 번 가만히 대는 거. 그게 다야.
뜻은 "같이 있어줘."
돌부처가 처음 이걸 했을 때 다들 몰랐어. 근데 돌부처가 몇 번 하니까 알게 됐어. 그 손짓 하는 날은 돌부처가 제일 안 좋은 날이었거든.
돌부처 이게 제일 하기 어려웠어.
생각해보면 손짓은 말보다 가벼워. 그래서 꺼내기 쉬워.
"나 힘들어"라고 말하는 건 어렵잖아. 근데 주먹 한 번 쥐었다 펴는 건 할 수 있어.
그리고 손짓을 받는 쪽도 부담이 없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 안 해도 되니까. 그냥 옆에 앉으면 되니까.
너도 친구한테 말로 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손짓 하나 정해봐. 둘만 아는 걸로.
말이 안 나오는 날엔 손 하나로도 충분하다니까. 동아리방에선 손바닥 대면 다들 옆에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