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길에서 앞서 가시던 분이 넘어지셨네요. 저는 몇 걸음 뒤에 있었어요.
그분이 제일 먼저 하신 게 옷을 터는 거였네요.
바로 달려가야 하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크게 다치신 것 같지는 않았고, 뛰어가면 더 놀라실 것 같았어요. 그 사이에 그분은 벌써 일어나고 계셨고요. 몇 초가 그렇게 지나갔는걸요.
도움을 주는 일에는 늘 판단이 하나 끼어든다. 그 판단이 끝나기 전에 상황이 먼저 끝난다.
일어나시고 나서 주변을 한 번 둘러보시더라고요.
다치신 데를 보시는 게 아니라 누가 봤나 보시는 거였어요. 그게 더 급하셨던 겁니다. 그때 제가 달려갔으면 봤다는 게 확실해졌겠지요.
옆을 지나면서 짧게 여쭤봤어요.
괜찮다고 하셔서 그대로 지나왔어요. 붙잡고 더 여쭤보지는 않았고요. 그게 맞았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네요.
며칠 생각해보니 이런 것 같네요.
몸이 크게 다치셨으면 무조건 가야 하겠지요. 그런데 안 다치셨을 때는 못 본 척해드리는 게 더 편하실 수도 있고요. 어느 쪽인지를 몇 초 안에 정해야 하는 게 어려운 부분인걸요.
그래서 저는 방법을 하나 정해뒀어요.
멈추지 않고 지나가면서 괜찮으시냐고만 물어요. 괜찮다고 하시면 그대로 가고, 아니면 그때 멈추고요. 그러면 확인은 되고 자리는 안 크게 만드는 셈이군요.
며칠 뒤에 이웃 아주머니랑 그 얘기가 나왔어요.
아주머니는 무조건 가서 여쭤본다고 하시더라고요. 놀라시더라도 그게 낫다고요. 저랑 방식이 다른데 그 말씀도 맞는 것 같았습니다.
정답이 하나는 아닌 자리인 셈이네요.
망설였다는 게 무심한 건 아니겠지요.
봤으니까 잰 거고요. 오늘 그런 자리에서 몇 초를 보내셨다면, 짧게 한 마디 여쭙는 정도면 충분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