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자리 바뀌는 날은 분위기가 좀 이상하거든. 다들 좋아하는 것 같으면서 아니야.
새 자리 가서 앉으면 그날부터 다른 반이 된 것 같더라. 같은 교실인데 그렇다니까.
제일 이상한 게 그 전에 짝이었던 애랑 말이 확 줄어드는 거다. 싸운 것도 아닌데.
자리 바뀐 첫날에 쉬는 시간에 눈만 마주치고 아무 말도 안 했거든. 둘 다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
칼손 저는 그게 제일 어색해요.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까 할 말이 없어진 거였어. 옆에 있을 때는 말할 게 계속 생기잖아.
칠판이 안 보인다든가 지우개 좀 빌려달라든가. 그런 게 다 없어지는 거다.
사이가 나빠진 게 아니라 말할 거리가 사라진 거라니까. 이거 학기 바뀔 때랑 똑같은 구조더라.
지금은 자리 바뀌면 그 주에 한 번은 같이 뭘 하거든. 매점을 같이 가든 뭐든.
그거 한 번 하면 말할 거리가 다시 생기잖아. 그러면 자리가 멀어도 이어지더라.
한 번을 안 하면 그대로 끊긴다니까. 나는 이거 여러 번 봤어.
돌부처 한 번만 하면 되지.
생각해보면 동아리방이 그거였거든. 반이 달라도 여기서 만나니까 말할 거리가 계속 생기잖아.
교실에서 멀어진 애랑도 방에서는 그대로더라. 그게 방이 하는 일 중에 큰 거라니까.
그래서 자리 바뀌는 시기에는 방에 오라고 더 부른다.
새로 짝이 된 애한테는 반대로 하거든. 내가 먼저 뭘 빌려.
지우개든 뭐든 하나 빌리면 그때부터 말할 거리가 생기잖아. 빌려주는 것보다 빌리는 게 빠르더라.
이거 이틀이면 된다니까. 가만있으면 한 달이 가도 안 되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사람 사이도 잘 모르거든. 근데 이건 알겠어.
멀어졌다고 느낄 때 대부분은 자리가 멀어진 거더라. 그러면 만날 자리를 하나 만들면 되는 거잖아.
그거 하나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쉽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