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를 지나요. 아침마다 노란 깃발을 든 어르신들이 서 계시지요.
아이들이 길을 건널 때 깃발로 차를 멈춰 세우세요. 뉴스에서 등굣길 교통안전 봉사에 어르신들이 많이 참여하신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어요. 매일 보던 그 풍경이 바로 그거였네요.
그날은 신호를 기다리며 한참 지켜봤어요.
깃발을 든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다 건널 때까지 깃발을 내리지 않으셨지요. 늦게 뛰어오는 아이가 있으면 다시 깃발을 드셨고요. 마지막 아이가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인사하자 그제야 깃발을 내리셨어요. 그리고 손을 흔들어주셨네요.
요즘 아침 공기가 꽤 차가워요.
그런데도 어르신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서 계세요. 두꺼운 점퍼를 입고 장갑을 끼시고요. 비 오는 날엔 우비를 입고 서 계셨던 것도 기억나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인데 늘 그 자리에 계셨지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침을 지키는 손 덕분에, 아이들은 오늘도 무사히 길을 건넌다.
아이들은 그분들을 다 아는 것 같았어요.
건너면서 꾸벅 인사하는 아이, 하이파이브를 하는 아이도 있었지요. 할아버지는 아이들 이름도 몇몇 알고 계시는 듯했어요. 오늘은 왜 늦었냐고 묻기도 하시더라고요. 매일 아침 그 횡단보도에서 작은 인사가 오가고 있었네요.
저는 그동안 그냥 지나치기만 했어요.
출근이 바빠서 신호만 보고 건넜지요. 그 깃발이 누구 손에 들려 있는지 제대로 본 적이 없었어요. 그날 처음으로 그 얼굴들을 자세히 봤네요.
그 다음 날부터 지나갈 때 고개를 숙여 인사해요.
할아버지도 깃발을 든 채로 고개를 끄덕여주시지요. 짧은 인사인데 아침이 조금 따뜻해졌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침을 지키는 손이 있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건너가는 거겠지요.
오늘 횡단보도에서 그분들께 고개 한 번 숙여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