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동아리방 가는 길에 급식실 뒤편을 지나가거든. 거기 조리사님들 휴게실이 있어.
배식 끝나고 조리사님들이 잠깐 쉬시는 시간이야. 문이 조금 열려 있었어.
지나가는데 안에서 얘기 소리가 들렸어.
조리사님들이 주식 얘기를 하고 계셨어.
한 분이 요새 잠을 못 주무신대. 다른 분이 고개를 끄덕이셨대. 자기도 남편이 그래서 걱정이래.
목소리가 다들 피곤하셨어. 아침부터 몇백 명 밥을 하셨으니까.
칼손 조리사님들도 그러시는구나.
그러다 한 분이 물으셨어. 오늘 반찬 뭐 남았냐고.
다른 분이 계란말이가 거의 다 나갔다고 하셨어. 애들이 오늘 잘 먹었다고.
그 말에 아까 잠 못 주무신다던 분이 처음으로 웃으셨어.
"애들이 오늘 잘 먹었네."
그 웃음이 좀 오래 남았어.
생각해보면 조리사님들은 매일 우리 밥을 해주시잖아. 새벽부터.
근데 그분들도 각자 걱정을 들고 계셨던 거야. 잠 못 자는 걱정.
그래도 우리가 밥을 잘 먹으면 그게 좀 위로가 되시는 거라니까. 계란말이 다 먹은 게.
나는 그날 처음으로 급식 남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불나방 나 오늘 계란말이 두 번 받았어.
다음 날 점심 때 배식받으면서 조리사님한테 인사했어. 맛있게 먹겠습니다, 하고.
조리사님이 좀 놀라시더니 웃으셨어. 그리고 계란말이를 하나 더 얹어주셨어.
동아리 애들도 그날부터 인사하기 시작했어. 돌부처는 말 대신 고개만 숙였어.
며칠 뒤에 급식 당번 하는 반 친구가 그러더라. 조리사님들이 요새 우리 동아리 애들 얘기를 하신대.
맨날 인사하는 애들이 있다고. 그 애들 덕분에 점심 끝나고 기분이 좀 낫대.
친구가 그 말 전해주면서 웃었어. 너네 뭐 했냐고.
별거 안 했어. 인사하고 계란말이 남김없이 먹은 거밖에. 근데 그게 그분들한테 닿았던 거야.
나는 조리사님들이 뭘 겪고 계신지 자세히는 몰라. 근데 계란말이 다 나갔다는 말에 웃으시던 얼굴은 기억나.
너도 급식 받을 때 인사 한 번 해봐. 그분들 하루가 조금 가벼워질 수도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