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해둔 목록을 오랜만에 내려봤네요. 맨 아래 것은 언제 넣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읽겠다고 넣어둔 것들인데 대부분 안 열었어요.
이게 좀 이상한 부분입니다.
넣어두는 순간에 뭔가 처리한 기분이 들어요. 나중에 볼 거니까 일단 확보해뒀다는 안심 같은 거지요. 그런데 그 안심이 실제로 읽는 일을 대신해버립니다.
우리는 소유를 경험으로 착각한다. 담아두는 것만으로 이미 겪었다고 느낀다.
나중에 보겠다고 할 때의 나중은 대개 안 옵니다.
그때 안 볼 만큼 바빴으면 나중에도 비슷하게 바쁜걸요. 시간이 남는 날에는 또 새로 저장할 게 생기고요. 목록은 늘 뒤에서 자라납니다.
처음엔 뿌듯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부담이더라고요.
열 때마다 안 읽은 게 몇 개인지가 보입니다. 밀린 일 목록처럼 되는 겁니다. 좋아서 담아둔 것들이 숙제가 되어 있는 셈이군요.
한 번 마음먹고 내려가면서 지웠는걸요.
지우면서 보니까 지금 봐도 별 관심이 안 가는 게 절반쯤이었습니다. 그때의 관심이지 지금의 관심은 아니었던 거지요. 지우고 나니까 목록이 다시 볼 만해졌습니다.
요즘은 저장할 때 왜 넣는지를 한 줄 적어둡니다.
그것만 해도 나중에 열어볼지 말지가 금방 정해지더라고요. 이유가 안 적히는 건 대개 그냥 반사적으로 넣은 것들이고요.
지우고 남은 것 중에 하나를 그날 저녁에 열어봤습니다.
생각보다 짧았어요. 십 분도 안 걸렸네요. 몇 달을 목록에 얹어두고 있었던 게 십 분짜리였던 겁니다. 무거웠던 건 내용이 아니라 안 열었다는 사실이었던 셈이군요.
그날 이후로는 저장할 때 이건 십 분짜리인가를 한 번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여전히 안 여는 게 있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두려고 해요. 언젠가 하고 싶은 게 있었다는 표시이기도 하겠지요. 오늘 저장만 하고 안 여신 게 있으시면, 그중에 하나만 열어보셔도 충분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