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을 며칠째 반복해서 듣고 있습니다. 다음 곡으로 안 넘어가고 계속 되감아요.
가사는 이미 다 외웠어요. 그런데도 아직 처음 듣는 것 같은 대목이 하나 있더군요.
목록에는 안 들은 게 많습니다.
그런데 새로 고르려면 몇 곡을 들어봐야 하고, 안 맞으면 또 넘겨야 하잖아요. 그게 지친 날에는 꽤 큰 일입니다. 아는 걸 다시 트는 게 훨씬 쉬운걸요.
익숙한 것은 우리를 새롭게 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 있는 자리에 그대로 있어도 된다고 말해준다.
반복해서 듣는 곡은 다음이 뭔지 다 압니다.
어디서 소리가 커지고 어디서 멈추는지를 알고 있어요. 그러니 듣는 동안 아무 데도 안 끌려갑니다. 이게 생각보다 큰 부분이더군요.
하루 종일 예상 못 한 것들을 받아내고 오면 저녁에는 예상되는 게 필요합니다.
집중해서 듣는 것도 아닙니다.
틀어놓고 다른 걸 해요. 그러다 어떤 대목에서만 잠깐 귀가 갑니다. 나머지는 그냥 배경으로 흐르고요. 방이 너무 조용하지 않게 해주는 역할이 절반쯤 되겠지요.
이상한 건 끝나는 방식입니다.
질려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안 듣게 돼요. 그러고 몇 달 뒤에 우연히 들으면 그때 일이 통째로 떠오릅니다. 그 곡이 그 시기를 다 담고 있는 셈이군요.
그래서 어떤 곡은 나중에 못 듣습니다.
너무 힘들 때 반복해서 들었던 건 지금 들으면 그 시기가 같이 옵니다. 아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요. 대신 그 시기를 견디는 데는 그 곡이 다 쓰인 겁니다.
같은 걸 반복해서 듣는 게 취향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 소리가 지금 뭔가를 해주고 있는 거겠지요. 다 하고 나면 알아서 안 듣게 되더라고요. 저는 오늘도 그 곡을 틀어두고 창가에 앉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