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참다가 겨우 꺼냈네요. 그런데 말하고 나서도 시원하지가 않더라고요.
상대는 바로 알겠다고 했어요. 그게 오히려 좀 허전하더라고요.
말하기 전에는 이걸 꺼내면 끝날 것 같았어요.
실제로는 안 끝났는걸요. 상대가 받아줬는데도 제 안에서는 아직 그대로예요. 말이 끝났다고 마음이 같이 끝나지는 않는걸요.
오래 들고 있던 것은 내려놓아도 팔이 한동안 그 무게를 기억한다.
허전한 이유 중 하나는 이거네요.
저는 몇 달을 재고 문장을 고치고 했는데 그쪽은 삼 초 만에 알겠다고 했어요. 제 준비와 그쪽 반응의 크기가 안 맞은 거지요. 상대가 성의 없었던 게 아니라 저한테만 큰일이었던 겁니다.
또 하나는 기대 쪽이에요.
말하면서 저는 어떤 반응을 그려두고 있었어요. 미안했다는 말이라든가 몰랐다는 말이라든가요. 실제로 온 건 그것과 달랐고, 다르니까 안 풀린 것처럼 느껴지는 셈이군요.
말은 몇 분이었는데 참은 건 몇 달이었어요.
그 몇 달 동안 제가 혼자 겪은 건 그 대화로 안 없어집니다. 상대는 그 몇 달을 모르고요. 그러니 그 부분은 제가 따로 정리할 몫이겠지요.
시원하지는 않아도 바뀐 게 있네요.
이제 그 사람이 알고 있다는 거요. 다음에 같은 일이 있으면 제가 다시 처음부터 말 안 해도 됩니다. 그건 꽤 큰 차이인걸요.
한 번에 다 전해질 거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였겠지요.
몇 달치를 한 번에 말했으니 상대는 절반도 못 받았을 겁니다. 그러니 나중에 한 번 더 꺼내도 되는 거고요. 두 번째는 처음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말한 그날에 다 풀릴 거라고 기대한 게 무리였던 것 같아요.
몇 달을 쌓았으면 푸는 데도 며칠은 걸리겠지요. 오늘 어렵게 꺼냈는데 시원하지 않으셨다면, 그건 말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아직 며칠이 안 지나서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