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적어놓은 규칙이 넷 있거든. 근데 안 적힌 규칙을 세봤더니 아홉이더라.
나는 그게 좀 놀라웠다니까. 적힌 것보다 두 배가 넘잖아.
더 웃긴 건 안 적힌 게 훨씬 잘 지켜진다는 거야. 적힌 건 하나가 아예 안 지켜지고 있고.
얼마 벌었냐를 안 묻는 거, 나이를 안 묻는 거, 남 화면을 안 보는 거. 다 안 적힌 거라니까.
이거 어긴 애를 나는 한 번도 못 봤어. 적어놓은 건 매일 어기는데.
칼손 그거 적어놓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 같은데요.
왜 그런지 생각하니까 알겠더라. 안 적힌 것들은 다 겪어서 생긴 거잖아.
몇 번 어색해지고 나서 다들 알아서 안 하게 된 거니까. 이유를 몸으로 아는 거고.
적어놓은 건 내가 정한 거였어. 겪은 게 아니라 만든 거니까 안 지켜지는 거라니까.
한번 안 적힌 걸 적어볼까 했거든. 새로 온 애가 모르니까.
근데 칼손 말대로 적어놓으면 이상해지더라. 적으면 그게 지시가 되잖아.
편하게 하라고 말하면 오히려 안 되는 거랑 같은 거고. 말로 정하면 약해지는 거라니까.
돌부처 적으면 어겨야 될 것 같지.
그럼 새로 온 애는 어떻게 아냐면, 보고 배우더라. 한 달쯤 앉아 있으면 알아.
두 번째로 온 애가 얼마 벌었냐고 물었다가 방이 조용해지는 걸 한 번 겪으면 그걸로 끝인 거잖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겪게 두는 거라니까. 그게 제일 확실하더라.
그리고 안 적힌 규칙은 없애기도 쉽더라. 안 맞으면 그냥 아무도 안 하게 되니까.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규칙 만드는 걸 자꾸 하려고 했거든. 만들면 되는 줄 알았잖아.
근데 잘 굴러가는 건 다 안 만든 거였어. 내가 만든 건 반도 안 지켜지고.
그래서 지금은 잘 안 만든다니까. 대신 겪을 자리를 안 막는 걸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