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에 학교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봤거든. 서가 끝에 그런 책이 몇 권 있더라.
주식 얘기가 나오는 책들이야. 나는 우리 학교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니까.
뒤에 대출 카드가 붙어 있는 오래된 책이었는데 한 줄도 안 채워져 있더라. 종이가 누렇게 변해 있었어.
한 번도 안 나간 거잖아. 몇 년을 거기 그냥 있었던 거라니까.
나는 그거 보고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불나방 그런 게 왜 학교에 있어요?
이상한 게, 아무도 안 빌리는데 누군가는 그걸 사서 넣어놨다는 거잖아.
필요할 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던 거라니까. 그게 몇 년 전인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아무도 안 갔어. 나도 그날 처음 봤고.
친구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자기도 본 적 있대. 근데 안 빌렸다는 거야.
왜 안 빌렸냐고 했더니 빌리면 그게 티가 난다고 하더라. 대출 목록에 남으니까.
그 말 듣고 나는 좀 알겠더라. 그 책이 안 나가는 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티가 나서였던 거라니까.
돌부처 빌리면 다 알잖아.
이거 알고 나서 우리 방이 왜 필요한지가 좀 더 분명해지더라. 방에서는 티가 안 나잖아.
물어봐도 목록에 안 남고 아무도 기록을 안 하니까. 그래서 애들이 오는 거였어.
책이 있는 자리랑 우리 방이랑 다른 게 그거 하나인 거라니까.
한 권은 그냥 자리에서 좀 읽어봤거든. 빌리지는 않고.
그렇게 보는 애가 나 말고도 있을 것 같더라. 자국은 안 남는데 손때는 좀 있었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그 책을 빌려도 못 읽을 거야. 펼쳐보니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근데 거기 있다는 건 이제 알잖아. 누가 필요하다고 하면 알려줄 수는 있고.
아무도 안 가는 자리에 있는 걸 아는 것도 하나는 되는 거라니까.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