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아무도 안 지키는 규칙이 하나 있거든. 벽에 적혀 있는데 다들 어겨.
근데 없애자는 말도 안 나온다니까. 몇 달째 그렇게 있어.
재밌는 게 어길 때 애들이 그쪽 벽을 한 번 보고 나서 어겨. 나는 이걸 세보다가 알았거든.
아예 없는 것처럼 어기는 게 아니라 알면서 어기는 거잖아. 그 차이가 있더라.
그러니까 안 지키는 건 맞는데 없는 것도 아닌 거라니까.
불나방 저건 그냥 있으라고 있는 거예요.
한번은 비슷한 걸 없앤 적이 있거든. 아무도 안 지키니까 지우자고 해서 지웠어.
그랬더니 그때부터 진짜로 아무도 신경을 안 쓰더라. 벽을 보는 것도 없어졌고.
있을 때는 어기면서도 좀 걸렸는데, 없애니까 걸리는 게 아예 없어진 거잖아. 그때 좀 후회했다니까.
그때 알았어. 그 규칙이 하는 일은 지키게 만드는 게 아니었더라.
여기까지가 선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였잖아. 어겨도 선은 남아 있는 거고.
선이 없으면 얼마나 어긴 건지도 모르게 되는 거라니까. 그게 더 안 좋더라.
돌부처 있으면 알기는 알지.
지금은 안 지키는 규칙도 그냥 둔다니까. 없애자는 말이 나오면 내가 좀 미룬다.
대신 지킬 수 있는 걸로 고칠 수는 있잖아. 그건 해봤어.
한 번에 다 지키게 바꾸면 그건 또 다른 규칙이 되니까, 조금만 낮춰서 고친다니까.
그리고 새로 온 애들은 그 규칙을 한동안 지키더라. 그것도 하는 일이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규칙 만드는 것도 계속 틀리거든. 만들었다가 없앴다가 그래.
근데 안 지켜진다고 바로 없애는 건 아니더라. 벽을 한 번 보게 만드는 것만 해도 하는 일이 있는 거잖아.
지키는 규칙이랑 알려주는 규칙이 따로 있는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