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쌀쌀해지니까 버스 정류장 옆에 군고구마 할머니가 나오셨어. 매년 이맘때.
하교길에 동아리 애들이랑 고구마 사러 갔어. 다섯 명이서.
할머니가 고구마 굽는 동안 기다려야 했어. 십 분쯤.
옆에 아저씨 한 분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셨어. 단골이신 것 같았어.
아저씨가 할머니한테 말을 거셨어. 요새 장사 어떠시냐고.
할머니가 그럭저럭이라고 하셨어. 그러다 아저씨한테 물으셨어. 얼굴이 왜 그렇게 안 좋냐고.
아저씨가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주식 때문에 요새 좀 그렇다고.
할머니가 고구마 뒤집던 집게를 멈추셨어.
칼손 할머니가 손을 멈추셨네.
아저씨가 얘기를 좀 하셨어. 숫자 얘기는 안 하시고. 잠 못 자고, 밥맛 없고, 그런 얘기.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들으셨어. 집게를 든 채로.
중간에 고구마가 타려고 해서 할머니가 얼른 뒤집으셨어. 그리고 다시 들으셨어.
아저씨가 얘기를 마치시고 한숨을 쉬셨어.
할머니가 아저씨 고구마를 봉지에 담으셨어. 근데 하나를 더 넣으셨어. 제일 큰 걸로.
아저씨가 하나 더 넣으셨다고 하니까 할머니가 그러셨어.
"따뜻한 거 먹으면 좀 나아."
아저씨가 고구마 봉지를 들고 한참 서 계셨어. 그리고 고맙다고 하시고 가셨어.
불나방 할머니 진짜 멋있으시다니까.
우리 고구마도 다 구워졌어. 할머니가 다섯 개를 봉지에 담아주셨어.
그리고 우리한테도 하나 더 넣어주셨어. 학생들 추운데 고생한다고.
우리는 정류장 의자에 앉아서 고구마를 나눠 먹었어. 손이 따뜻해졌어.
돌부처 따뜻한 게 좋다.
나는 그날 할머니가 아저씨한테 고구마를 하나 더 넣어주시는 걸 계속 생각했어.
아무 말도 안 하셨는데 그 고구마 하나가 다 말해준 것 같았어. 따뜻한 걸 건네는 손이 걱정까지 데워주는 거라니까. 다음 주에 또 가기로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