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계단에서 이웃 어르신을 뵀어요. 한 층을 두 번에 나눠 오르시더라고요.
쉬시는 자리가 늘 같네요. 계단참이 아니라 그 서너 칸 앞이었고요.
계단참에서 쉬시면 편하실 텐데 거기가 아니에요.
그보다 몇 칸 앞에서 한 번 서십니다. 몇 달 보니까 늘 같은 자리고요. 몸이 그 지점에서 한 번 끊어주는 거겠지요.
오래 다닌 길에는 각자의 쉬는 자리가 생긴다. 그 자리는 지도에 없다.
같은 계단을 저는 한 번에 올라가는걸요.
그래서 그 자리가 어떤 자린지 몰랐어요. 그분이 서 계신 걸 보고서야 거기가 뭔가 있는 자리구나 싶었고요. 같은 길인데 사람에 따라 다르게 생긴 셈이군요.
마주쳤을 때가 좀 어려워요.
먼저 올라가면 두고 가는 것 같고, 같이 서 있으면 쉬시는 걸 지켜보는 게 되고요. 도와드릴 만한 상황도 아니고 그냥 쉬시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인사만 하고 올라가게 되네요.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요. 그분이 쉬시는 걸 못 본 척하지도 않고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 정도로요. 그 선이 제일 어렵더라고요.
며칠 전에 아주머니랑 그 얘기가 나왔어요.
그분이 원래는 한 번에 오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몇 해 사이에 두 번이 되신 거고요. 아주머니도 그걸 알고 계시더라고요.
한 가지는 계속 눈에 남아요.
두 번에 나누셔도 결국 올라가시는걸요. 엘리베이터를 안 타시고요. 그게 고집인지 운동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일 그렇게 하시고요.
나눠서 오르는 것도 오르는 것인걸요.
한 번에 못 간다고 못 가는 건 아니고요. 오늘 어디선가 한 번 쉬고 가셨다면, 그건 멈춘 게 아니라 나눠 가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