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둔 작은 화분이 요즘 잎이 잘 안 나왔어요. 물도 주고 햇빛도 받는데 이상했지요.
화분 밑 구멍을 보니 하얀 뿌리가 삐져나와 있더라고요. 그제야 분갈이할 때가 됐다는 걸 알았네요.
화분을 엎어서 빼봤어요.
흙은 거의 없고 뿌리가 화분 모양 그대로 동그랗게 감겨 있었지요. 더 뻗어나갈 데가 없으니 안에서 빙빙 돌기만 했던 거예요. 그 모습을 보니 좀 미안해지더라고요. 답답했을 텐데요.
뿌리를 손으로 살살 풀어줬어요.
너무 세게 하면 끊어질까 봐 조심스러웠지요. 엉킨 데를 하나씩 풀다 보니 시간이 한참 걸렸어요. 손에 흙이 잔뜩 묻었고요. 그래도 그 시간이 이상하게 차분했네요.
꽉 감긴 뿌리는, 더 자라고 싶은데 갈 데가 없었다는 신호다.
한 치수 큰 화분에 새 흙을 깔고 옮겨 심었어요.
너무 큰 화분은 오히려 안 좋다고 해서 딱 한 치수만 키웠지요. 새 흙을 채우고 물을 흠뻑 줬어요. 화분이 조금 커졌을 뿐인데 식물이 숨을 쉬는 것 같아 보였네요.
분갈이를 하다가 제 생각이 났어요.
요즘 저도 좀 답답했거든요.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빙빙 도는 느낌이었지요. 저도 뿌리가 꽉 찬 화분 같았던 걸까요. 어디로 더 뻗어야 할지 몰라 안에서만 맴돌던 거요.
그 화분은 이사 올 때 친구가 준 거였어요.
창가가 좀 허전해 보인다며 들고 왔지요. 그때는 손바닥만 한 화분이었는데 몇 해 동안 저 몰래 뿌리를 그렇게 키우고 있었던 거예요. 겉으로는 별 변화가 없어 보여서 몰랐네요. 보이지 않는 데서 자라는 것도 있다는 걸 그날 알았어요.
일주일 뒤에 보니 새 잎이 하나 올라왔어요.
연한 초록색이었지요. 자리를 조금 넓혀줬을 뿐인데 다시 자라기 시작한 거예요. 그 잎을 보면서 괜히 기분이 좋았어요.
답답해 보이던 것도 자리를 조금 넓혀주면 다시 자라더라고요.
식물도, 사람도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나에게도 조금 더 넓은 자리를 내어줘 봐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