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에 친구를 만나기로 했어요. 나갈 준비를 반쯤 하고 양말까지 신은 참이었지요.
그때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 미안하다고요. 저는 괜찮다고 답장을 보내고 바로 양말을 벗었네요. 그리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크게 쉬었어요.
그 한숨이 서운함이 아니었다는 게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안도였거든요. 만나기 싫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좋아하는 친구였고, 약속도 제가 먼저 잡자고 했었지요. 그런데 취소 소식에 어깨가 풀리는 걸 느꼈네요.
생각해보면 그 주 내내 지쳐 있었어요.
평일에 사람을 많이 만나고, 말을 많이 했지요. 주말엔 쉬고 싶은 마음과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같이 있었던 거겠지요. 만나면 분명 즐거웠을 거예요. 다만 거기까지 가는 힘이 모자랐던 거군요.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사람을 만날 힘은 늘 같은 크기가 아니다.
잠옷 바지로 갈아입으면서 조금 미안했어요.
친구는 미안하다는데 저는 안도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정이 없는 사람인가 싶기도 했네요. 그런데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 친구도 똑같다고 웃더라고요. 취소 연락에 안도해본 적 없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날은 소파에 누워 창밖을 오래 봤어요.
흐린 하늘이었고 가끔 비가 몇 방울 떨어졌지요. 아무 말도 안 해도 되는 저녁이었어요. 그 시간이 그렇게 달 줄은 몰랐네요.
일주일 뒤 그 친구를 다시 만났어요.
이번엔 저도 충분히 쉬고 나가서 그런지 정말 반가웠지요. 그날 취소가 없었다면 지친 얼굴로 반쯤만 웃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쉬고 만나니 온전히 웃을 수 있었고요.
약속 취소에 안도한다고 사람을 덜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날 힘이 조금 모자랐던 것뿐이에요. 그러니 그런 저녁엔 미안해하지 말고 그냥 쉬어도 돼요. 쉬고 나서 다시 만나는 쪽이 서로에게 더 다정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