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칼손이 할 말이 있다고 하더라. 좀 이상한 얘기래.
어제 친구가 물렸다는 얘기를 했는데, 듣는 순간 자기가 좀 안도했대.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그러고 나서 그런 자기가 너무 싫었대. 친구는 힘들다는데 나는 안심이나 하고.
말하는 내내 소매 끝 실밥을 손가락에 감았다 풀었다 하더라.
칼손 나 진짜 나쁜 애 같아.
그 말 듣고 방이 조용해졌어. 근데 다들 고개를 조금씩 숙이더라.
불나방이 먼저 입을 열었어. 자기도 그런 적 있대. 여러 번.
돌부처도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사실 그런 적이 있거든. 주식 말고 시험 성적 같은 거로.
그러니까 그 방에 그 마음 안 가져본 애가 한 명도 없었던 거야.
불나방 나도 그래. 근데 말을 안 했지.
그래서 같이 생각해봤어. 그 안도가 뭔지.
남이 잘못되길 바라는 거랑은 다르잖아. 칼손은 친구가 물리길 바란 적이 없거든.
그냥 혼자인 줄 알았는데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 숨이 좀 쉬어진 거야. 그게 안도인 거라니까.
외로울 때 같은 처지인 사람 만나면 반가운 거랑 비슷한 거고.
근데 칼손이 그다음에 뭘 했는지 물어봤거든. 친구한테.
친구 얘기를 끝까지 들어줬대. 그리고 자기도 물렸다고 말했대. 그랬더니 친구가 좀 웃더래.
나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안도한 다음에 그 친구 옆에 앉아줬잖아.
안도에서 멈추면 좀 그런데 거기서 옆으로 가면 그게 위로가 되는 거거든.
돌부처 같이 물리면 덜 아파.
칼손한테 마지막에 그렇게 말했어. 너 나쁜 애 아니라고.
진짜 나쁜 애는 그런 걸로 자기를 싫어하지도 않거든. 부끄러워한다는 건 이미 마음이 착한 쪽에 있다는 거잖아.
칼손이 그제야 실밥을 놓더라.
너도 남 얘기 듣고 몰래 안도했다가 자기가 싫어졌으면 너무 오래 붙잡고 있지 마. 다들 그래.
대신 그 친구 옆에 한 번 앉아줘. 동아리방도 그렇게 굴러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