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은 우리 방에서 제일 신나 있는 애거든. 늘 이번엔 다르다고 떠드는 애.
근데 그날은 좀 조용하더라. 창가에 앉아서 폰만 계속 내렸다 올렸다 하고.
뭐 보냐고 물었더니 옛날 문자를 보고 있대. 계좌 만든 날 받은 안내 문자.
불나방 이거 아직 안 지웠더라.
걔가 그날 얘기를 해줬어. 친구 따라서 만들었대. 다들 하니까 나도 해볼까, 그 정도였대.
만들고 나서 엄청 설렜대. 뭔가 어른이 된 것 같고, 이제 나도 그 얘기에 낄 수 있겠다 싶고.
그날 저녁에 뭘 먹었는지까지 기억하더라. 떡볶이였대. 그만큼 큰 날이었던 거잖아.
그러더니 한 마디 하더라. 가끔은 안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대.
그 말이 불나방 입에서 나오니까 다들 좀 놀랐어. 걔는 후회 같은 거 안 하는 줄 알았거든.
잃어서 그런 거냐고 물었더니 그게 다는 아니래. 신경 쓸 게 하나 늘어난 게 피곤하대.
예전엔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었는데, 지금은 일어나자마자 그거부터 생각난다는 거야.
칼손 나도 그래. 머리 한쪽이 늘 거기 가 있어.
그럼 그 문자는 왜 안 지우냐고 물었어. 후회하면 지울 법도 하잖아.
걔가 좀 생각하더니 그러더라. 그날의 자기가 너무 신나 있어서 지우기가 미안하대.
나는 그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아. 후회는 하는데 그때의 자기를 미워하진 않는 거잖아.
그게 맞는 것 같더라. 그때는 그게 제일 좋아 보였으니까 한 거라니까.
생각해보면 후회하는 거랑 자기를 미워하는 거는 다른 얘기거든.
시작한 게 아쉬울 수는 있어. 근데 그때 설렜던 나까지 바보라고 하면 너무 아프잖아.
불나방은 그 둘을 구분할 줄 알더라. 평소엔 제일 생각 없어 보이는 애가.
돌부처 그때 너도 너야.
너도 시작한 걸 후회하고 있으면 그냥 그렇다고 해도 돼. 후회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거든.
근데 그때 설렜던 너는 미워하지 마. 돈은 몰라도 그 마음은 같이 봐줄 수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