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그날 뭐가 있었는지 한 줄씩 적어두는 게 있거든. 없어진 걸 세려면 있을 때 적어야 된다고 내가 그랬잖아.
몇 달치가 쌓여서 한번 다시 읽어봤어.
읽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거든. 줄이 짧은 날이 있어.
몇 명 왔다, 이것만 적힌 날. 그런 날이 그 주에 제일 안 좋았던 날이더라니까.
안 좋은 날에는 적을 게 없는 게 아니라 적기가 싫었던 거잖아. 나는 그걸 지금 읽고서야 알았어.
칼손 그거 누나 기분이 적힌 거네요.
칼손 말이 맞더라. 방 기록인 줄 알았는데 내 기분도 같이 적혀 있었던 거잖아.
길게 적은 날은 내가 신났던 날이고 짧은 날은 아니었던 거고. 그건 적을 때는 몰랐어.
몇 달 지나서 읽으니까 그게 보이더라니까.
그러다 한 줄이 눈에 들어왔거든. 엄마 계좌 알림 소리 얘기를 적어둔 게 있었어.
그때는 그냥 그날 있었던 일로 적었던 거야. 별 뜻 없이.
근데 그 소리가 나중에 안 나기 시작했잖아. 적어둔 게 있으니까 없어진 걸 알 수 있었던 거라니까.
돌부처 적어두면 비교가 되지.
이거 알고 나서 좀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지금 적고 있는 것도 몇 달 뒤에 다르게 읽힐 거잖아.
몇 해 전 아빠 자세를 지금에야 알아본 거랑 같은 거고. 그때는 다 보고도 아무것도 못 봤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뜻을 몰라도 그냥 적어두면 되는 거라니까.
그리고 애들 이름은 안 적는다니까. 이름을 적으면 그건 기록이 아니라 명단이 되잖아.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잘 모르거든. 늘 늦게 알잖아.
근데 적는 건 지금 할 수 있는 거고, 읽는 건 나중에 하면 되는 거더라.
그래서 요새는 뜻을 몰라도 그냥 한 줄씩 적어둔다니까. 나중의 내가 읽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