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단톡방을 매일 보다 보니까 알게 된 게 있거든. 애들마다 기분 이모티콘이 따로 있어.
말은 똑같이 "ㅇㅇ"인데 옆에 붙는 이모티콘이 달라. 그걸 보면 그날 기분이 보여.
신입 후배가 그거 어떻게 아냐고 물어서 정리해봤어.
불나방 내 이모티콘도 분석했어? 무섭다니까.
불나방은 이모티콘을 제일 많이 써. 한 번에 다섯 개씩.
좋은 날은 폭죽, 하트, 춤추는 토끼. 정신없어.
근데 안 좋은 날은 개수가 줄어. 세 개, 두 개. 그리고 웃는 얼굴만 보내. 억지로 웃는 거.
불나방 이모티콘이 하나로 줄면 그날은 진짜 안 좋은 거야. 지난번에 사흘 동안 "ㅇ"만 보냈을 때처럼.
칼손은 땀 흘리는 얼굴을 자주 써. 기본 이모티콘이 그거야.
근데 그게 두 개 붙으면 긴장한 거고, 세 개 붙으면 불안한 거야.
그리고 칼손이 고양이 이모티콘을 보내면 괜찮은 날이야. 고양이는 기분 좋을 때만 써.
칼손 나 그렇게 티 났어?
돌부처는 이모티콘을 거의 안 써. 그냥 글자만.
근데 딱 하나 쓰는 게 있어. 멍하니 앉아 있는 곰.
그건 제일 안 좋은 날에만 보내.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
그 곰이 단톡방에 뜨면 다들 바로 알아. 다음 날 아무도 말 안 하고 돌부처 옆에 앉아.
돌부처 곰은 비상용이야.
생각해보면 이모티콘은 말로 못 하는 걸 대신하는 거잖아.
"나 힘들어"라고 쓰기는 어려운데 곰 하나 보내는 건 할 수 있으니까.
수신호랑 비슷해. 말이 무거운 날 쓰는 가벼운 신호. 근데 그걸 누가 알아봐 줘야 신호가 되는 거라니까.
너도 말 대신 이모티콘으로 기분을 보내고 있으면 누가 알아봐 줬으면 좋겠지. 그 마음 이상한 거 아니야.
동아리 단톡방에선 곰 하나 뜨면 다들 알아본다니까. 다음 날 옆자리가 채워져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