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엄마 차를 타고 마트에 가고 있었거든. 라디오가 켜져 있었어.
디제이가 사연을 읽어주는 시간이었어. 처음엔 별로 신경 안 썼어.
근데 디제이가 "오늘은 개미 청취자분 사연입니다" 하니까 엄마가 손을 뻗어서 볼륨을 올리시더라.
사연 보낸 분은 회사원이래. 요새 많이 물렸대.
가족한테는 말 못 하고, 회사에서는 괜찮은 척하고. 출근길 차 안에서만 혼자 운대.
근데 오늘 아침에 딸이 차 타면서 "아빠 힘내"라고 했대. 아무것도 모를 텐데.
그 말에 차 안에서 또 울었대. 이번엔 다른 이유로.
칼손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하는 말이 제일 세.
사연 듣는 동안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하셨어. 운전만 하셨어.
근데 얼굴이 좀 달라 보이셨어. 입술을 꽉 다물고 계셨어.
디제이가 사연을 다 읽고 그 청취자분한테 노래를 하나 틀어줬어. 좀 신나는 노래였어.
신호에 걸렸는데 엄마가 핸들을 손가락으로 두드리시더라. 노래 박자에 맞춰서.
톡톡톡. 처음 보는 모습이었어. 엄마는 운전할 때 늘 진지하시거든.
내가 쳐다보니까 엄마가 좀 웃으셨어. 그리고 그러셨어. 저 사연 보낸 분 오늘 저 노래 듣고 좀 괜찮아지셨으면 좋겠다고.
나는 그 말이 좋았어. 모르는 사람인데 엄마가 진심으로 바라시는 게 느껴졌거든.
불나방 너네 엄마 멋있다.
생각해보면 라디오 사연은 신기한 거잖아. 모르는 사람 얘기를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듣는 거.
그 시간에 그 사연 듣던 차 안이 엄청 많았을 거야. 다들 같이 숨 고르면서.
사연 보낸 분은 혼자 운다고 했는데, 사실 그 시간에 혼자가 아니었던 거라니까.
돌부처 같이 들어주는 사람이 많았네.
마트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엄마가 바로 안 내리셨어. 노래 끝날 때까지 기다리셨어.
노래 끝나고 엄마가 그러셨어. 오늘 저녁엔 아빠 좋아하는 거 하자고.
이유는 말씀 안 하셨는데 나는 알 것 같았어. 사연 속 딸처럼, 엄마도 아빠한테 뭔가 해주고 싶으셨던 거야.
그날 저녁 아빠가 좋아하는 김치찌개가 나왔어. 아빠는 왜 갑자기냐고 물으셨는데 엄마는 그냥 웃으셨어. 너도 모르는 사람 사연에 울컥하면 그 마음 가까운 사람한테 써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