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삐걱거리던 게 어느 날 조용해졌습니다. 아침에 쓰다가 알았어요.
보니까 고친 자리에 테이프가 붙어 있는데 집에 있던 것과 색이 다르더라고요. 사 오신 거였습니다.
엄마가 고쳐놓고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제가 알아채기 전까지 며칠이 지났고요. 알아채고 나서 여쭤보니까 그냥 지나가다 했다고만 하시더라고요. 그게 저희 가족 방식입니다.
말없이 해두는 사람은 고마움을 받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알아채는 데 며칠이 걸린다.
고쳤다고 한마디 하시면 저는 바로 고맙다고 했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제가 뭔가 갚아야 하는 자리가 됩니다. 그걸 안 만드시려고 말을 안 하신 거고요. 배려인 건 아는데 저는 그게 좀 아쉽기도 합니다.
저는 반대예요.
뭘 해두면 슬쩍 말합니다. 그거 내가 했다고요. 그러면 상대가 고맙다고 하고, 그 말을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듣고 나면 좀 좋고요. 그게 부끄러운 건 아니겠지만 그쪽보다는 가벼운 방식이지요.
그 뒤로 저도 말없이 해본 적이 있어요.
며칠 동안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며칠이 생각보다 답답하더라고요.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제 쪽은 아직 멀었고요.
고쳐진 자리에 다른 색 테이프가 그대로 있습니다.
똑같은 색으로 바꿀 수도 있는데 안 했어요. 그게 있어야 누가 해놨는지가 남으니까요. 저만 아는 표시인 셈이네요.
며칠 뒤에 밥상에서 짧게 말했어요.
그거 고쳐주셔서 잘 쓰고 있다고요. 별말씀 안 하시고 넘어가셨는데 표정이 잠깐 좋아지시더라고요. 기다리지 않으셨어도 들으면 좋으신 겁니다.
말없이 해두는 쪽과 알아보고 말해두는 쪽이 짝이 되면 그게 제일 나은 것 같네요.
말없이 해두는 사람은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지도 않는걸요.
그래서 알아챘을 때 고맙다고 한 번 말해두는 게 좋겠지요. 오늘 집에서 조용히 고쳐진 게 있으면, 그거 누가 했는지 한 번 물어보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