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하고 막차를 탔어요. 마지막 칸에 앉았는데 칸 안이 이상하게 조용하더라고요.
다들 눈을 감고 있거나 창밖만 보고 있었지요. 열차 소리만 일정하게 들리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네요.
낮에 타는 지하철은 시끄러워요.
통화하는 소리, 안내 방송, 사람들 사이를 비집는 소리가 섞이지요. 그런데 막차는 달랐어요. 다들 하루를 다 쓰고 남은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소리를 낼 힘도 없어 보였네요. 그 고요가 저한테는 오히려 편했어요.
맞은편에 정장을 입은 아저씨가 앉아 계셨어요.
꾸벅꾸벅 졸다가 옆에 앉은 대학생 어깨에 머리가 기울었지요. 대학생이 잠깐 놀란 얼굴을 하더니 어깨를 빼지 않고 그대로 있어 주더라고요. 몇 정거장을 그렇게 갔어요. 아저씨가 깨서 미안하다고 하자 대학생은 괜찮다고 짧게 고개만 숙였고요.
모르는 사람의 어깨가 잠깐 기댈 자리가 되는 밤도 있다.
창에 비친 칸 안을 봤어요.
다들 무슨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지만 얼굴에 다 조금씩 피곤이 묻어 있었지요. 누구는 회식이었을 거고, 누구는 저처럼 야근이었겠지요. 다른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같은 칸에 실려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었네요.
이상하게 그 칸 안에서는 외롭지 않았어요.
아무와도 말을 안 했는데 말이에요. 다들 지쳐 있다는 걸 서로 아니까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나만 이 시간까지 버틴 게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제 역에 도착해서 일어났어요.
문이 열리기 전에 맞은편을 보니 그 대학생도 조용히 졸고 있었지요. 아저씨는 이미 내리고 없었고요. 플랫폼에 내려 열차가 떠나는 걸 잠깐 보고 있었어요. 마지막 칸 불빛이 터널 속으로 사라졌네요.
막차를 타는 밤은 대개 지친 밤이에요.
그래도 같은 칸에 같은 피곤을 안고 흔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조금 위로가 되더라고요. 서로 모르는 사이여도요. 늦은 귀갓길이 너무 외롭지 않으셨으면 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