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내내 집이 북적였어요. 동생네 식구가 와서 방마다 사람이 있었고, 부엌에서는 뭔가가 계속 끓고 있었지요.
마지막 날 저녁에 다들 떠나고 나서 건조대를 보니 조카의 작은 양말 한 켤레만 걸려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서야 집이 얼마나 조용해졌는지 알았네요.
북적일 때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아이 뛰는 소리, 텔레비전 소리, 누가 부르는 소리가 겹쳐서 정신이 없었지요. 그런데 그 소리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니까 이번엔 조용한 게 귀에 걸리더라고요.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그렇게 큰 줄 처음 알았네요.
이상한 마음이지요.
사람이 많을 땐 혼자 있고 싶고, 혼자가 되니까 허전하고요. 둘 다 거짓이 아니어서 더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어느 한쪽이 진짜라고 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겠지요.
떠들썩함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 떠들썩함의 모양대로 빈자리가 남는다.
다음 날 아침에 이불을 개고 방을 정리했어요.
그런데 손이 자꾸 느려지더라고요. 조카가 그려놓고 간 낙서 종이를 버릴까 하다 서랍에 넣고, 동생이 쓰던 베개는 괜히 한 번 더 털었어요. 치우는 게 곧 연휴를 끝내는 일이라서 그랬나 보네요.
연휴 다음 날 출근길은 유난히 길었어요.
며칠 동안 달라졌던 생활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거겠지요. 몸은 회사에 와 있는데 마음은 아직 그 부엌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그 작은 양말은 결국 개어서 현관 서랍에 넣어뒀어요.
다음에 오면 챙겨주려고요. 그렇게 해두니 허전함이 조금 모양을 갖추더라고요. 빈자리가 아니라 다시 올 자리가 된 거지요.
허전함은 불편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만큼 채워져 있었다는 뜻이네요.
아무도 오지 않았다면 허전할 일도 없었겠지요. 그러니 오늘 밤은 조용한 집에서 그 며칠을 천천히 떠올려봐도 좋겠어요. 소리가 빠져나간 자리에도 온기는 조금 남아 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