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이 삼 층이잖아. 불나방은 늘 계단으로 다녀.
그날 불나방이 폰 보면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어. 하늘 사진 찍으려고 위를 보면서.
근데 계단 끝에 누가 흘린 물이 있었어. 불나방은 못 봤어.
그때 뒤에서 돌부처가 소리쳤어.
"불나방!"
진짜 크게. 계단 전체에 울렸어. 돌부처 목소리가 그렇게 큰 줄 아무도 몰랐어.
불나방이 깜짝 놀라서 멈췄어. 바로 앞에 물이 있었어. 한 발만 더 갔으면 미끄러졌을 거야.
계단에 있던 다른 애들까지 다 멈췄어. 무슨 일이냐고.
불나방이 뒤돌아봤어. 돌부처를 봤어.
돌부처는 자기가 소리친 거에 스스로 놀랐는지 입을 손으로 막고 있었어.
그리고 얼굴이 빨개졌어. 엄청.
불나방 돌부처... 너 소리 지를 줄 아는구나.
동아리방에 올라와서도 돌부처 얼굴이 계속 빨갰어.
불나방이 고맙다고 했어. 돌부처는 고개만 끄덕였어.
칼손이 놀렸어. 돌부처 목소리 처음 들어봤다고. 그렇게 크게 낼 수 있으면 평소에도 좀 내라고.
돌부처가 한 마디 했어.
돌부처 급해서.
생각해보면 돌부처는 평소에 소리를 안 내는 애야. 말도 짧고 목소리도 작아.
근데 친구가 다칠 것 같으니까 소리가 나온 거야. 생각할 틈도 없이.
그러니까 조용한 애가 소리칠 때는 그만큼 마음이 컸던 거라니까. 평소에 안 쓰던 목소리를 꺼낼 만큼.
칼손 돌부처가 불나방을 그렇게 아끼는 줄 몰랐네.
그날 이후로 불나방이 장난으로 돌부처한테 소리 지르는 연습을 시켜.
"돌부처, 내 이름 불러봐!" 하면 돌부처가 작게 "불나방" 해. 근데 그날처럼은 안 나와.
돌부처 말로는 급할 때만 나온대. 그게 진짜 목소리래.
너도 주변에 조용한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가 안 말한다고 마음이 없는 게 아니야. 꺼낼 때를 기다리는 거거든.
급할 때 그 목소리가 나올 거라니까. 불나방은 그 뒤로 계단 내려갈 때 폰을 안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