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다 같이 뭘 하자고 정하면 그게 거의 안 되거든. 나는 이걸 몇 번 겪고 세보게 됐어.
정할 때는 다들 좋다고 한다니까. 근데 그날 되면 반이 안 와.
정하는 자리를 잘 보면 이상한 게 있어. 다들 고개는 끄덕이는데 아무도 날짜를 안 적어.
폰을 꺼내는 애가 하나도 없다니까. 그러니까 정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서 끄덕인 거잖아.
둘이서 약속할 때는 다들 바로 적더라. 그 차이가 딱 그거였어.
칼손 다 같이 정하면 저는 좀 흘려들어요.
왜 그런지 알겠더라. 여럿이 정하면 그게 아무의 것도 아니게 되잖아.
내가 안 가도 누가 가겠지, 이렇게 되는 거라니까. 다들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무도 안 가는 거고.
둘이서 한 약속은 내가 안 가면 그 사람이 혼자 서 있는 거잖아. 그건 못 어기는 거고.
지금은 다 같이 정하고 나서 하나를 더 한다니까. 둘씩 묶어.
너랑 너 같이 오라고 정해주는 거야. 그러면 그 둘은 서로 때문에 오게 되잖아.
이거 하나 넣고 나서 출석이 확 달라졌어. 정하는 방식은 똑같은데 결과가 다르더라.
돌부처 짝이 있으면 가지.
그리고 안 지켜져도 뭐라고는 안 하거든. 여럿이 정한 거니까 누구 잘못도 아니잖아.
혼내면 그건 그 자리에 온 애들한테 하는 게 되는 거고. 안 온 애는 어차피 못 듣잖아.
그래서 다음번에 방식을 바꾸는 걸로 끝낸다니까. 사람을 고치는 게 아니라 방식을 고치는 거야.
그리고 정하는 자리에서 폰을 꺼내는 애가 몇인지 센다니까. 그거 보면 될지 안 될지가 그 자리에서 보여.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약속 잡는 것도 잘 못하거든. 여럿이 정하면 되는 줄 알았잖아.
근데 여럿이 정한 건 아무도 안 지고 있는 거였어. 지는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거라니까.
한 명한테라도 걸어놓으면 되더라. 그게 제일 쉬운 방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