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에 칼손이 동아리방에서 계획표를 만들고 있더라.
형광펜이 일곱 가지였어. 과목마다 색 정하고, 시간마다 칸 나누고, 스티커도 붙이고.
두 시간 동안 만들었어. 진짜 예뻤어. 다들 감탄했어.
칼손 이제 이대로만 하면 돼.
근데 일주일 뒤에 그 계획표를 봤는데 체크 표시가 하나밖에 없더라.
첫날 칸에만. 그 뒤로는 다 비어 있었어.
칼손이 그거 보고 좀 민망해하더라. 계획표는 예쁜데 한 게 없다고.
칼손한테 물어봤어. 왜 그렇게 공들여 꾸미냐고. 그 시간에 공부하면 되잖아.
칼손이 그러더라. 계획표 꾸밀 때가 제일 기분 좋대.
예쁜 계획표를 보면 이번엔 잘할 것 같은 기분이 든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근데 막상 공부하려고 하면 그 기분이 사라진대. 계획표처럼 안 되니까.
불나방 나는 계획표 자체를 안 만들어. 그래서 실망도 안 해.
생각해보면 계획표를 예쁘게 꾸미는 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나온 거잖아.
대충 할 거면 대충 만들지. 공들여 만든다는 건 진짜 잘하고 싶다는 거야.
근데 그 마음이 너무 크면 첫 걸음이 무거워지는 거라니까. 완벽한 계획표처럼 완벽하게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칼손은 게으른 게 아니라 너무 잘하고 싶은 거였어.
돌부처한테도 물어봤어. 계획표 어떻게 짜냐고.
돌부처가 연습장 한 귀퉁이를 보여줬어. 연필로 세 줄.
"수학. 영어. 잠."
그게 다였어. 근데 세 줄 다 체크가 돼 있었어.
돌부처 짧으면 다 해.
다들 웃었는데 칼손은 좀 진지하게 봤어. 그다음 날 칼손 계획표가 좀 달라졌어. 색은 두 개, 칸은 세 개.
너도 계획표만 예쁘게 짜고 끝나면 그건 네가 그만큼 잘하고 싶어서야. 그 마음 나쁜 거 아니거든.
근데 가끔은 세 줄로 줄여봐. 동아리방 연습장 귀퉁이엔 돌부처 세 줄이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