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작은 놀이터가 있거든. 하교하면서 늘 지나가.
오후에 지나가면 벤치에 아이 엄마들이 앉아 계셔. 아이들은 미끄럼틀이랑 그네에서 놀고.
그날은 동생 데리러 가느라 놀이터에서 좀 기다렸어. 그래서 엄마들 얘기가 들리더라.
처음엔 학원 얘기였어. 어느 학원이 좋다, 숙제가 많다.
근데 어느 순간 주식 얘기로 넘어가더라. 한 엄마가 요새 잠을 잘 못 잔다고 하시면서.
다른 엄마들이 다 고개를 끄덕이셨어. 다들 아는 얼굴이었어. 동아리방에서 매일 보는 그 얼굴.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그네를 밀던 엄마였거든.
벤치 옆에서 아이 그네를 밀면서 대화에 끼셨는데, 대답할 때마다 손이 느려지더라.
그네가 점점 낮아지니까 아이가 소리쳤어. "엄마, 더 세게!"
엄마가 깜짝 놀라서 다시 세게 미셨어. 그리고 대화에서 좀 빠지시더라.
칼손 손은 거짓말을 못 해.
나는 그 장면이 좀 오래 남았어. 아이 목소리가 엄마를 다시 놀이터로 데려온 거잖아.
머리는 그 얘기에 가 있었는데 아이가 "더 세게" 하니까 지금 여기로 돌아온 거야.
그다음부터 그 엄마는 그 얘기에 안 끼시고 그네만 미셨어. 아이가 높이 올라갈 때마다 웃으시면서.
집에 와서 엄마한테 그 얘기를 했거든. 놀이터 엄마들도 그 얘기 하시더라고.
엄마가 그러더라. 그 나이 때 엄마들은 아이 보느라 혼자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그래서 놀이터 벤치가 유일하게 어른 얘기 하는 데래.
그 말 듣고 좀 다르게 보였어. 그 벤치가 그분들한테는 동아리방인 거잖아.
돌부처 어디든 방이 있어야 해.
나는 그 엄마들이 뭘 갖고 계신지 하나도 몰라. 알 필요도 없고.
근데 "더 세게" 소리에 돌아오는 그 마음은 알 것 같거든. 너도 머리가 딴 데 가 있을 때 누가 불러주면 그 목소리를 붙잡아. 그게 지금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