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이 있어서 누구한테 말할까 목록을 내렸습니다. 이름마다 이유를 하나씩 붙여 넘겼어요.
이 사람은 바쁘고, 저 사람은 걱정을 너무 하고, 그 사람은 자기 얘기로 받고요. 그러다 이틀이 갔네요.
조건을 붙이면 붙일수록 후보가 줄어들어요.
너무 걱정 안 하면서, 조언을 안 하면서, 나중에 옮기지 않으면서 들어줄 사람이요.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대개는 하나씩 모자랍니다. 그러다 목록이 다 지나가는걸요.
완벽한 청자를 기다리는 사람은 대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이틀이 지나면 그 일이 좀 식더라고요.
식고 나면 지금 와서 말하기가 어색해져요. 이제 와서 이 얘기를 왜 하나 싶고요. 그래서 안 하게 되고, 안 한 채로 남는걸요.
며칠 지나서 알게 된 게 있어요.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은 대신 오래 기억해주고요. 조언을 하는 사람은 그래도 뭔가 해주려는 겁니다. 다 모자란 게 아니라 각자 다른 걸 해주는 쪽이겠지요.
그래서 요즘은 한 사람한테 다 말하려고 안 하게 되네요.
사실만 말할 사람과 마음을 말할 사람을 나눠요. 그러면 한 사람한테 부담이 몰리지도 않고, 제가 고르는 것도 쉬워지고요. 전부를 감당할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어지는걸요.
한 가지 더 해보는 게 있어요.
지금 얘기 좀 해도 되냐고 먼저 묻게 되네요. 안 된다고 하면 다음에 하면 되고요. 물어보는 것만으로 이미 반쯤 꺼낸 셈이라 그다음이 수월하더라고요.
돌아보면 제가 제일 자주 말하는 사람은 조건이 제일 안 맞는 쪽이에요.
걱정도 많이 하고 조언도 합니다. 그런데 언제 걸어도 받아주는걸요. 결국 고르는 기준이 잘 듣는지가 아니라 편한지였던 셈이군요.
완벽한 사람을 고르려다 보면 아무도 안 남는 것 같네요.
목록을 내리는 대신 아무한테나 한 줄 걸어보는 게 나을 때가 있고요. 오늘 고르다 이틀이 지나가셨다면, 지금이라도 한 명한테 짧게 보내보셔도 되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