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나방이 폰을 책상에 놓고 화장실 간 사이에 알림이 와서 화면이 켜졌거든.
잠금화면에 시계 밑에 작은 글씨가 있더라. 아주 작게. 가까이 가야 보였어.
"흔들리지 말자."
그 말 보고 좀 놀랐어. 불나방은 제일 흔들리는 애잖아.
불나방 돌아와서 물어봤어. 잠금화면 그거 뭐냐고.
불나방이 좀 당황하더니 웃더라. 봤냐고.
자기한테 하는 말이래. 하루에 폰을 백 번은 켜니까 백 번은 보게 되잖아.
볼 때마다 한 번씩 정신 차리려고 적어둔 거래.
불나방 근데 백 번 봐도 백 번 흔들려. 웃기지.
왜 그렇게 작게 썼냐고 물어봤어. 크게 쓰면 더 잘 보이잖아.
남들이 볼까 봐서래. 큰 글씨로 "흔들리지 말자" 써놓으면 다들 흔들리고 있구나 하고 알 거잖아.
그래서 자기만 보이게 작게 쓴 거래. 폰 가까이 대야 보이는 크기로.
그 말이 좀 짠했어. 자기한테 하는 말도 남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하는 거잖아.
그 얘기가 나오니까 칼손이 자기 잠금화면을 보여줬어. 바다 사진이었어.
불나방 단톡방에 보냈던 그 사진이래. 연휴 때. 그거 보면 숨이 쉬어진대.
돌부처는 기본 화면이래. 아무것도 안 바꿨대. 근데 그게 자기 방법이래.
돌부처 아무것도 없으면 아무 생각도 안 나.
다들 방법이 달랐는데 다 자기를 지키려는 거였어.
불나방 말이 계속 남더라. 백 번 봐도 백 번 흔들린다는 거.
근데 그 문구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백 번 흔들리고 한 번도 안 돌아왔을 거야.
문구가 흔들림을 막아주진 못해도, 흔들릴 때마다 한 번씩 붙잡아주는 거라니까. 그게 작은 글씨 한 줄이 하는 일이야.
그날 나도 잠금화면에 하나 적어봤어. 작게.
"동아리방은 안 닫는다."
애들한테 하는 말인데 사실 나한테 하는 말이기도 해. 부장도 가끔 흔들리거든.
너도 요새 자꾸 흔들리면 잠금화면에 한 줄 적어봐. 작게, 너만 보이게. 그 한 줄이 백 번 중에 한 번은 붙잡아줄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