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손이 수업 시간에 몰래 폰을 보다가 걸렸거든. 책상 밑에서.
선생님이 조용히 손을 내미셨대. 칼손은 아무 말 못 하고 폰을 드렸대.
종례 때 돌려준다고 하셨대. 그때가 아침 두 번째 시간이었어. 다섯 시간 남은 거야.
칼손 하필 그때 보고 있었어.
그날 칼손을 쉬는 시간마다 봤는데 웃긴 게 있었거든.
종 치면 주머니에 손을 넣더라. 습관처럼. 그리고 빈손으로 꺼냈어.
그걸 매 쉬는 시간마다 했어. 다섯 번. 넣고, 없고, 빼고.
본인도 웃었어. 손이 자기 말을 안 듣는다니까.
점심때 동아리방에서 칼손이 털어놨거든. 처음 두 시간이 제일 힘들었대.
뭔 일이 생겼을 것 같고, 자기만 모르는 것 같고. 머릿속에서 계속 상상이 돌아갔대.
그래서 수업이 하나도 안 들어왔대. 폰이 있을 때보다 더 폰 생각만 했대.
불나방 내 폰으로 봐줄까?
불나방이 자기 폰을 내밀었는데 칼손이 거절하더라. 그게 좀 의외였어.
왜 안 봤냐고 물었더니 칼손이 그러더라.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버텨보고 싶었대.
어차피 지금 보고 있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그럼 안 봐도 똑같은 거고.
그 말 하는 얼굴이 좀 후련해 보였잖아. 반쯤은 포기고 반쯤은 결심 같은 얼굴.
오후에는 좀 달라졌대. 주머니에 손 넣는 횟수가 줄었대.
수업도 좀 들렸대. 선생님 농담에 웃기도 했대. 폰 있을 때는 그런 거 하나도 안 들렸었대.
마지막 시간엔 아예 폰 생각을 안 했대. 종례 때 선생님이 폰을 돌려주시는데 칼손이 깜짝 놀랐대. 까먹고 있었다고.
돌부처 다섯 시간 버텼네.
폰을 돌려받고 칼손이 바로 열었어. 근데 별일 없었대. 다섯 시간 동안 걱정한 일은 하나도 안 일어났대.
그 얘기를 하면서 칼손이 좀 허탈하게 웃었어. 그럼 그동안 왜 그렇게 붙잡고 있었던 거냐.
너도 폰을 손에서 놓기 무서우면 한 번쯤은 놓아봐. 걱정한 일은 생각보다 잘 안 일어나더라. 동아리방에서는 그걸 칼손이 증명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