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에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었어요. 사실 오전에 이미 다 끝낸 상태였지요.
그런데 계속 고치고 있었어요. 문장 하나 바꾸고, 표 간격 맞추고, 다시 처음부터 읽고요. 정신 차려보니 파일 이름이 최종, 최종2, 진짜최종, 진짜최종_수정까지 쌓여 있었네요.
퇴근 시간이 다 돼서야 제출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비교해보니 제출한 파일이 두 번째 파일과 거의 같았지요. 오후 내내 고친 건 쉼표 몇 개와 단어 두세 개였어요. 그 몇 시간 동안 저는 뭘 한 걸까 싶더라고요. 웃음이 나면서도 조금 허탈했네요.
생각해보면 끝내는 게 무서웠던 것 같아요.
제출하는 순간 그건 남의 평가를 받게 되니까요. 붙들고 있는 동안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거라 괜찮지요. 그러니 계속 고치면서 그 순간을 미루고 있었던 거예요. 완벽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평가받는 걸 피하고 있었던 거군요.
끝없이 고치는 손은, 대개 완성보다 평가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 붙잡고 있다.
아무리 고쳐도 완벽은 안 오더라고요.
고칠수록 고칠 게 더 보이지요. 하나를 고치면 다른 게 눈에 들어오고요. 그렇게 끝없이 이어져요. 어느 순간 이 정도면 됐다고 손을 놓지 않으면 영영 끝나지 않는 거였어요.
쇼펜하우어는 사람이 바라는 걸 채워도 또 다른 바람이 생긴다고 했대요.
완벽주의도 비슷한 것 같아요. 하나를 고치면 또 다른 부족함이 보이지요. 채워지지 않는 그 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시작인 것 같더라고요.
월요일에 팀장님이 보고서 잘 봤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지나가며 덧붙이셨지요. 금요일 오전에 보냈어도 됐을 텐데. 제가 오후 내내 붙들고 있는 걸 보셨나 봐요. 그 말에 얼굴이 조금 붉어졌네요.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오늘은 그 마음을 믿고 조금 덜 완벽한 채로 손을 놓아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