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심부름으로 동생 데리러 PC방에 갔거든. 동생이 게임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
카운터 옆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어. 사장님이 계셨어.
사장님 모니터가 보였는데 화면 구석에 작은 창이 하나 떠 있더라. 빨간 거 파란 거.
그때 손님 하나가 라면을 주문했어. 사장님이 그 작은 창을 최소화하셨어.
그리고 라면을 끓이셨어. 물 붓고, 기다리고.
라면 끓이는 동안 사장님은 그 창을 다시 안 여셨어. 냄비만 보셨어.
라면 다 끓이고 손님한테 갖다주시고 나서야 다시 창을 여셨어.
칼손 라면 끓일 땐 안 보시는구나.
내가 쳐다보는 걸 아셨는지 사장님이 웃으시면서 말을 거셨어. 학생도 이거 아냐고.
주식 동아리 한다고 했더니 사장님이 놀라셨어. 학생이 무슨 주식 동아리냐고.
종목은 하나도 모른다고 했어. 그냥 주식 하는 애들 마음 얘기하는 데라고.
사장님이 한참 웃으시더니 그러셨어. 그게 제일 필요한 동아리다, 하시면서.
사장님한테 여쭤봤어. 아까 라면 끓일 땐 왜 창을 안 여셨냐고.
사장님이 그러셨어. 라면 끓일 때만큼은 안 보기로 정했대.
손님 라면은 제대로 끓여야 하니까. 보면 신경이 딴 데 가서 라면이 불어버린대.
그래서 라면 끓이는 삼 분이 사장님한테는 쉬는 시간이래. 안 봐도 되는 핑계가 있는 시간.
불나방 칼손 모래시계랑 똑같네. 삼 분.
동생이 게임 끝내고 나왔어. 사장님이 동생한테 그러셨어. 누나가 좋은 동아리 한다고.
동생이 뭔 소린지 모르는 얼굴이었어. 나는 그냥 웃었어.
집에 가는 길에 동생이 물어봤어. 사장님이랑 무슨 얘기 했냐고.
라면 얘기 했다고 했어. 동생은 배고프다고 라면 먹고 싶대. 그날 저녁에 동생이랑 라면 끓여 먹었어. 삼 분 동안 아무것도 안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