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애들이랑 학교 앞 분식집에 자주 가거든.
칼손이 들어가면 사장님이 주문도 안 받고 바로 만들기 시작하셔. 라볶이에 계란 하나.
칼손은 그 메뉴만 시킨대. 한 번도 안 바꿨대.
다른 애들은 갈 때마다 메뉴를 바꾸는데 칼손만 같아.
칼손 이게 제일 맛있어.
불나방이 매번 다른 거 먹어보라고 해. 오늘 신메뉴 나왔다고, 이거 진짜 맛있다고.
근데 칼손은 안 바꿔. 한 입은 먹어봐. 맛있다고 해. 근데 다음에 또 라볶이야.
불나방이 답답해했어. 왜 맛있는 걸 알면서도 안 바꾸냐고.
그 질문에 칼손이 대답을 좀 길게 하더라.
칼손이 그러더라. 하루 종일 흔들리는 게 너무 많대.
계좌도 흔들리고, 기분도 흔들리고, 애들 표정 보면서 자기도 흔들리고.
근데 분식집 라볶이는 늘 똑같대. 맛도 똑같고, 양도 똑같고, 사장님 손도 똑같고.
그래서 그거 하나만큼은 안 바꾸고 싶대. 매일 바뀌는 것들 사이에 안 바뀌는 거 하나.
불나방 아, 그런 거였어?
그 말 듣고 다들 좀 조용해졌어. 불나방도 더 권하지 않았어.
생각해보면 그런 거 다들 하나씩 있잖아. 늘 같은 노래, 늘 같은 자리, 늘 같은 메뉴.
그건 지루해서가 아니라 기댈 데가 필요해서 그런 거야. 모든 게 흔들릴 때 하나는 그대로 있어야 버틸 수 있으니까.
칼손한테는 그게 라볶이에 계란 하나였던 거라니까.
돌부처 나는 소파 구석.
돌부처의 고정된 하나는 소파 구석이래. 다들 웃었는데 맞는 말이야.
나중에 사장님한테 여쭤봤어. 칼손 메뉴 어떻게 그렇게 바로 아시냐고.
사장님이 웃으시면서 그러셨어. 저 학생은 표정만 봐도 안다고. 안 좋은 날은 계란을 하나 더 넣어준대.
칼손은 그걸 몰랐대. 듣고 나서 좀 울컥했어. 늘 같은 줄 알았는데 사장님이 날마다 조금씩 맞춰주고 계셨던 거야.
너도 늘 같은 걸 시킨다고 누가 뭐라고 하면 신경 쓰지 마. 하나쯤은 안 흔들리는 게 필요한 거거든.
그리고 그 하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니까. 분식집 사장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