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이 늦은 날이었어요. 동네 빵집 앞을 지나는데 아직 불이 켜져 있더라고요.
문 닫기 십 분 전쯤이었어요. 진열대는 거의 비어 있었고, 사장님은 쟁반을 정리하고 계셨지요.
아침엔 빵이 가득하던 진열대였어요.
그런데 그 시간엔 몇 개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요. 식빵 반 줄, 크림빵 두 개, 그리고 구석에 단팥빵 하나요. 고를 게 많지 않으니까 오히려 고르기가 쉬웠네요. 남은 것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집으면 되니까요.
마지막 단팥빵을 집으려는데 사장님이 말씀하셨어요.
그건 좀 눌렸다고, 다른 거 하나 더 넣어줄 테니 가져가라고요. 그러시면서 소보로를 하나 더 봉투에 넣어주셨지요. 괜찮다고 했는데 어차피 남는 거라고 웃으셨어요. 그 웃음이 하루 끝에 들은 제일 다정한 말이었네요.
하루 끝에 남은 것들 사이에는, 아침에는 없던 다정이 섞여 있다.
마감 무렵의 가게는 낮과 달라요.
손님이 적어서 사장님 얼굴을 제대로 보게 되지요.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으시기도 하고요. 바쁜 시간엔 오가지 않던 말이 오가는 거예요. 가게도 사람도 조금 느슨해지는 시간이군요.
봉투를 받으며 보니 사장님 손등에 밀가루가 묻어 있었어요.
새벽부터 반죽을 하셨을 테니 저보다 훨씬 긴 하루였겠지요. 그런데도 마지막 손님한테 소보로 하나를 더 챙겨주셨어요. 지친 사람이 지친 사람한테 건네는 덤이었네요.
집에 와서 눌린 단팥빵을 먹었어요.
조금 납작해졌지만 맛은 그대로였지요. 소보로는 다음 날 아침에 먹었고요. 출근길에 그 빵집 앞을 지나는데 아침 진열대가 다시 가득 차 있더라고요. 하루가 그렇게 다시 시작되는 거였어요.
요즘은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일부러 그 길로 가요.
남은 빵이 없어도 불이 켜져 있으면 괜히 반가워요. 늦은 퇴근길에 그런 가게 하나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큰 위로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