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아주머니가 저녁에 그 얘기를 하셨습니다. 앞 골목 지점이 곧 문을 닫는다고요.
뉴스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 모양이더라고요. 저는 그날 밤에 그 얘기가 오래 남았습니다.
거기 번호표 기계 옆에 돋보기가 두 개 놓여 있었습니다.
누가 놓아둔 건지는 모르겠어요. 늘 같은 자리에 있었고, 종이에 뭘 적으시는 분들이 그걸 집어 쓰시더라고요. 그 두 개가 어디로 갈지 저는 그게 먼저 떠올랐습니다.
사라지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그 장소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어떤 느린 속도다.
없어져도 다른 데로 가면 된다고 아주머니가 그러셨어요. 실제로 그렇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다른 데는 걸어서 못 갑니다. 버스를 타야 하고, 버스를 타려면 나설 채비를 해야 하고요. 걸어서 가던 일이 채비가 필요한 일이 되면 그건 같은 일이 아닌걸요.
거기는 늘 좀 느렸습니다.
번호표를 뽑고 앉아 있으면 앞 순서 얘기가 들리고, 창구 직원이 같은 말을 두 번 세 번 천천히 하는 것도 들려요. 답답하다고 하는 분도 계셨지만 그 느린 속도가 있어야 되는 일이 있더라고요.
기계 앞에서는 두 번 물어볼 수가 없잖아요.
문 닫는다는 소식에 서운한 게 뭔지 저는 좀 생각해봤습니다.
건물이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다른 게 들어오겠지요. 서운한 건 거기 서 있던 사람들이 이제 어디에 서게 되느냐 하는 쪽입니다. 돋보기를 집던 손들이 갈 데가 하나 줄어드는 셈이군요.
그 얘기를 듣고 며칠 뒤에 일부러 그 앞으로 돌아서 왔어요.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유리 너머로 번호표 기계가 보이길래 잠깐 서 있었네요. 아직은 그대로 있더라고요.
없어진다는 걸 알고 나서 한 번 더 보는 일이 저는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막을 수는 없지만 봤다는 건 남으니까요. 나중에 다른 게 들어와 있을 때 여기 뭐가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 한 명은 되는 거겠지요.
오늘 동네에서 뭐가 없어진다는 얘기를 들으셨다면, 없어지기 전에 한 번만 지나가 보셔도 좋겠네요. 그 정도는 할 수 있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