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문은 좀 무거워서 닫을 때 소리가 나거든. 쿵, 하고.
근데 그 소리가 날마다 다르더라. 엄마랑 싸운 날은 소리가 더 커.
애들이 문을 세게 닫는 거야.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손에 힘이 들어가서.
그 소리 들으면 다들 아, 오늘 집에서 뭔 일 있었구나 하고 알아.
불나방 누구야, 오늘 문 세게 닫은 사람.
그날 문을 세게 닫은 건 돌부처였어. 드문 일이야. 돌부처는 원래 문도 조용히 닫는 애거든.
들어와서 아무 말 없이 앉았어. 평소에도 말이 없지만 그날은 좀 달랐어. 공기가 무거웠어.
점심시간에 다들 도시락을 꺼내는데 돌부처는 안 꺼내더라. 가방에 넣은 채로.
나중에 알았는데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었대. 아침에 싸우고 나왔는데 엄마가 그래도 싸주셨대.
그래서 못 열겠대. 열면 엄마한테 진 것 같고, 안 열면 미안하고.
그 말 듣고 좀 짠했어. 화난 마음이랑 미안한 마음이 도시락 하나에 같이 들어 있는 거잖아.
칼손 나도 그런 적 있어. 결국 먹었지만.
생각해보면 엄마랑 싸운 날은 마음이 두 개야. 밉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니까. 가까운 사람이랑 싸우면 원래 그래. 멀리 있는 사람이면 그냥 밉고 끝나는데.
돌부처는 그 두 마음 사이에서 도시락을 못 열고 있었던 거야.
그날 저녁에 동아리방에 나랑 돌부처만 남았어. 돌부처가 갑자기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더라.
그리고 혼자 다 먹었어. 천천히. 한 숟가락도 안 남기고.
다 먹고 나서 빈 도시락을 한참 보더니 한 마디 했어.
돌부처 계란말이 맛있었어.
그게 화해였던 것 같아. 엄마한테 직접 말은 못 해도 도시락을 다 비운 거잖아.
너도 엄마랑 싸우고 마음이 두 개면 둘 다 진짜인 거야. 밉다고 미안한 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빈 도시락 하나면 엄마도 아실 거라니까. 동아리방은 싸운 날도 문 세게 닫고 들어와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