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한 분이 책 상자를 차에 싣고 오셨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 작은도서관이 문을 닫게 되면서 나온 책이라고요. 버리기엔 아까워서 기증할 곳을 찾는다고 하셨죠. 상자 안에는 손때 묻은 그림책이 가득하더군요.
손님들 말과 뉴스를 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는 작은도서관을 두도록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지마다 관리실 옆이나 주민 공동 시설 안에 작은 서가가 있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지킬 사람이 없어 문을 잠가 두거나, 창고나 다른 용도로 쓰이는 곳도 있다고요. 앞서 작은도서관이 느는 이유를 적었는데, 그 반대편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책 상자를 가져온 주민. 처음엔 주민 몇 분이 돌아가며 문을 열었는데, 그분들이 이사 가거나 지치면서 점점 닫혀 있는 날이 늘었다고요. 결국 공간을 다른 데 쓰기로 했다고 하시더군요. 다른 단지에 사는 이웃. 거기는 관리비에서 운영비를 대는 문제로 주민들 의견이 갈렸다고요. 아이를 키우는 손님. 단지 안 도서관이 열려 있을 땐 아이가 혼자 내려가서 책을 봤는데, 닫힌 뒤로는 그럴 곳이 없어졌다며 아쉬워하셨습니다.
책 상자를 보며 생각했죠. 도서관을 지키는 건 책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걸요. 서가와 책은 있어도, 문을 열고 정리하고 맞이할 사람이 없으면 도서관은 금방 창고가 됩니다.
앞서 도서관 봉사에 아이들이 몰리는 이유와 사서 되는 법을 적었는데, 단지 안 작은도서관은 대개 그 일을 주민 자원봉사에 기대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 몇 사람이 지치면 문이 닫히는 거죠.
서가는 책으로 채워지지만, 문은 사람이 연다. 문을 열 손이 사라지면 가장 가까운 서가가 가장 먼저 닫힌다.
그 책들 가운데 상태가 좋은 그림책은 기증 절차를 안내해 드렸습니다. 앞서 안 읽는 책 처분하는 순서를 적었는데, 도서관 기증도 기준이 있어서 모두 받을 수는 없었죠. 받지 못한 책은 가까운 책 나눔 행사를 알려 드렸습니다. 주민분이 그래도 어디선가 읽히면 다행이라며 웃으셨습니다.
가장 가까운 서가가 지켜지기란 쉽지 않겠죠. 저는 그 책들이 다른 자리에서라도 다시 펼쳐지도록 길을 찾아 드리며, 문을 여는 사람의 몫을 이 자리에서 이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