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에서 알바하는 친구가 있거든. 걔가 동아리방에 놀러 와서 단골 손님 얘기를 해줬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오는 아저씨가 계신대. 출근길에.
늘 소보로빵 하나만 사신대. 매일. 한 번도 안 바뀌었대.
칼손 나 분식집 라볶이 같은 거네.
근데 어느 날 아저씨가 소보로빵 앞에서 멈추셨대. 그리고 그냥 지나가셨대.
케이크 진열대 앞으로 가셨대. 한참 보시다가 작은 케이크 한 조각을 고르셨대.
친구가 좀 놀랐대. 일 년 넘게 소보로빵만 사시던 분이니까.
계산하실 때 아저씨가 한참 망설이셨대. 케이크를 내려놓으셨다가 다시 드셨다가.
그러다 친구한테 말씀하셨대. 오늘 좀 힘든 날이라 단 게 먹고 싶다고.
그리고 웃으시면서 그러셨대. 요새 주식 때문에 계속 소보로빵만 먹었는데 오늘은 좀 사치를 부려본다고.
친구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맛있게 드시라고 했대.
그 얘기 듣고 동아리방이 좀 조용해졌어.
소보로빵만 사신 게 그냥 좋아해서가 아니었던 거야. 아끼시느라 그랬던 거지.
그리고 케이크 한 조각은 그 아끼던 마음이 한 번 풀린 날이었던 거고.
힘든 날 단 게 먹고 싶은 거, 그거 우리 방 애들도 다 알잖아. 파란 날 과자가 빨리 없어지는 거.
불나방 그 아저씨 케이크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
친구 말로는 다음 날 아저씨가 다시 소보로빵을 사셨대. 평소처럼.
근데 계산하시면서 친구한테 그러셨대. 어제 케이크 맛있었다고. 고맙다고.
친구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 고맙다고 하셨대. 그냥 맛있게 드시라고 한 마디 한 게 다인데.
돌부처 그 한 마디가 컸나 봐.
나는 그 아저씨가 뭘 갖고 계신지 하나도 몰라. 알 필요도 없고.
근데 늘 같던 사람이 다른 걸 고르는 날엔 뭔가 있는 거라는 건 알 것 같아. 너도 주변에 그런 사람 보이면 맛있게 드시라고 한 마디 해봐. 그게 그날 그 사람한테 제일 큰 말일 수도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