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다가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이번 주라는 걸 알았어요.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챙긴 적이 없었지요.
두 분은 기념일을 그냥 지나가셨거든요. 그래서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번엔 뭔가 해드리고 싶었네요.
퇴근길 꽃집에 들렀어요.
사장님께 결혼기념일 꽃을 보내려 한다고 했지요. 몇 년 됐냐고 물으셔서 세어봤어요. 삼십 년이 넘었더라고요. 사장님이 그렇게 오래 함께하셨으면 노란 장미가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걸로 골랐네요.
꽃에 꽂을 작은 카드를 받았어요.
무슨 말을 쓸까 한참 고민했지요.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만 쓰기엔 아쉬웠어요. 그렇다고 길게 쓰기엔 쑥스러웠고요. 결국 이렇게 썼어요. 두 분이 만나서 제가 있어요, 고마워요.
오래 함께한 두 사람의 날을 챙기는 건, 그 시간이 있어 내가 있다고 말하는 일이다.
저녁에 엄마가 사진을 보내셨어요.
식탁 위에 노란 장미가 놓여 있었지요. 그 옆에 아버지가 서 계셨어요. 쑥스러운 듯 고개를 반쯤 돌리고요. 손에는 꽃병에 담을 물컵이 들려 있었어요. 아버지가 직접 꽃을 꽂으시려던 거였나 봐요. 그 사진을 보고 한참 웃었네요.
조금 뒤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어요.
평소엔 엄마를 통해서만 얘기하시는 분이지요. 쓸데없이 돈 쓰지 말라고 하시면서도 목소리가 들떠 계셨어요. 그리고 짧게 덧붙이셨어요. 고맙다. 그 한마디가 오래 남았어요.
생각해보니 삼십 년은 긴 시간이에요.
그 시간 동안 두 분은 이사를 몇 번이나 하셨고, 저와 동생을 키우셨지요. 다투기도 하셨고 웃기도 하셨을 거예요. 그 모든 날이 쌓여 오늘이 된 거겠지요. 꽃 한 다발이 그 시간에 비하면 너무 작게 느껴졌어요.
쇼펜하우어는 함께 괴로움을 견딘 사람끼리 서로를 덜 외롭게 한다고 했대요.
삼십 년을 함께 견디신 두 분이 딱 그런 사이였겠지요. 그걸 생각하니 그 사진 속 쑥스러운 아버지가 더 다정해 보였네요.
오래 함께한 두 사람의 날을 챙기는 건 그 시간에 고맙다고 말하는 일 같아요.
작은 꽃 한 다발로 그 말을 대신해봐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