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어요. 다른 팀 동료가 들어왔지요.
커피 머신이 원두를 가는 동안 동료가 작게 말했어요. 사실 요즘 많이 힘들어요. 삼십 초쯤 지나 커피가 다 내려지자 동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컵을 들고 나갔네요.
그 동료는 회의 때 늘 조용했어요.
맡은 일은 척척 해내고 불평 한마디 없었지요. 그래서 다들 그 사람은 괜찮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커피 머신 앞에서 그 한마디가 나온 거예요. 회의실에선 꺼낼 수 없던 말이었겠지요.
생각해보면 탕비실은 이상한 곳이에요.
일하는 공간인데 일 얘기를 하지 않는 곳이지요. 커피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은 직급도 업무도 잠깐 내려놓게 돼요. 그래서인지 거기서는 속마음이 조금씩 새어 나오더라고요.
커피가 내려지는 짧은 시간은, 회의실에서 하지 못한 말이 건너가는 작은 다리가 된다.
그 순간 저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요.
괜찮냐고 물어볼까, 무슨 일이냐고 할까 망설였지요.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였어요. 동료가 나가고 나서 한참 탕비실에 서 있었네요. 그 한마디가 마음에 계속 남았어요.
다음 날 같은 시간에 탕비실에 갔어요.
그 동료가 또 있었지요. 이번엔 제가 먼저 커피 한 잔 같이 하자고 했어요. 그리고 어제 얘기를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동료가 조금 놀라더니 웃으며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커피 두 잔이 식을 때까지 얘기를 나눴네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괴로움을 알아차리는 연민을 귀하게 여겼대요.
거창한 위로가 아니어도 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날 저는 해결책을 주지 못했어요. 그래도 동료는 들어줘서 고맙다고 했지요.
커피가 내려지는 짧은 시간에도 마음은 건너갈 수 있는 것 같아요.
탕비실에서 누군가 한숨을 쉬면 잠깐 옆에 서 있어 줘도 좋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