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자기가 틀린 걸 제일 먼저 말하는 애가 있거든. 아무도 안 물어봤는데 자기가 꺼내.
나는 처음엔 저게 왜 저러나 했다니까. 굳이 말 안 해도 되는 걸 왜 하나 싶었어.
근데 그 애가 한 번 말하고 나면 방이 확 풀리더라. 그다음부터 다른 애들이 하나씩 꺼내잖아.
순서가 늘 똑같다니까. 그 애가 먼저 말하고, 이십 분쯤 지나면 셋이 더 말하고, 그날은 방이 늦게까지 시끄러워져.
불나방 저도 사실 저번에요.
불나방은 저 애가 말한 다음에야 자기 얘기를 하거든. 절대 먼저는 안 해.
이게 왜 그러냐면 첫 번째가 제일 손해라서 그렇더라. 아무도 안 꺼낸 자리에서 먼저 꺼내면 그 방에서 혼자만 틀린 사람이 되잖아.
두 번째부터는 아니야. 이미 한 명이 있으니까 그냥 둘 중 하나가 되는 거다.
그러니까 첫 번째로 말하는 애는 남들 대신 값을 치르고 있는 거라니까.
돌부처 그거 아무나 못 해.
한번은 그 애가 말할 때 손을 봤거든. 얼굴은 웃는데 컵을 꽉 쥐고 있더라.
그때 알았다니까. 저 애도 편해서 하는 게 아니었던 거다.
편한 척을 해주는 거였잖아. 그래야 뒤에 오는 애들이 편해지니까.
지금은 그 역할을 내가 하려고 하거든. 부장이 먼저 틀렸다고 말하면 그게 제일 싸게 먹히더라.
나는 원래 아무것도 모르는 애라서 틀린 게 많잖아. 그거 말하는 건 어렵지도 않다니까.
그 애 혼자 계속 값을 치르게 두는 건 좀 아니더라.
이걸 다른 애한테 시켜본 적도 있거든. 오늘은 네가 먼저 말해보라고.
그건 완전히 실패했다니까. 시켜서 하는 건 그냥 발표가 되잖아.
먼저 말하는 건 시켜서 되는 게 아니더라. 그래서 내가 하는 거고.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대단한 걸 해줄 수는 없거든. 근데 먼저 틀렸다고 말하는 건 할 수 있잖아.
그거 하나로 방에 말이 돌더라. 말이 도는 방은 애들이 안 나가는 거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