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공원에 갔다가 친구가 짧은 동영상을 찍어줬어요. 제가 낙엽 얘기를 하는 장면이었지요.
집에 와서 그 영상을 틀어봤어요. 그런데 제 목소리가 너무 낯설었어요. 생각보다 높고 빨랐네요. 이게 정말 제 목소리인가 싶었어요.
제가 평소에 듣는 제 목소리는 더 낮고 차분했어요.
그런데 영상 속 목소리는 달랐지요. 찾아보니 내가 듣는 내 목소리는 머리뼈를 통해서도 울려서 실제보다 낮게 들린대요. 남들은 영상 속 그 목소리로 저를 듣고 있었던 거예요. 조금 당황스러웠네요.
믿기지 않아서 몇 번이나 다시 틀어봤어요.
들을 때마다 어색했지요. 말투도, 웃음소리도 다 낯설었어요. 이런 목소리로 회의에서 발표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구나 싶었어요. 조금 민망하기도 했고요.
남들이 듣는 내 목소리는, 내가 모르는 사이 이미 누군가에게 익숙한 소리가 되어 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내 목소리 원래 이래? 이상하지 않아? 친구가 바로 답했지요. 네 목소리 원래 그래, 듣기 좋은데.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었어요. 그 말에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어요. 친구한테는 그게 그냥 제 목소리였던 거지요.
생각해보면 목소리만 그런 게 아닐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저와 남들이 보는 저는 조금씩 다르겠지요. 표정도, 걸음걸이도, 말투도요. 그걸 다 맞출 수는 없을 거예요. 그냥 남이 보는 저도 저라는 걸 받아들이는 수밖에요.
쇼펜하우어는 남의 눈에 비친 나는 내가 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대요.
목소리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고칠 수 없는 부분이지요. 그렇다면 굳이 싫어할 필요도 없겠다 싶었어요.
남들이 듣는 내 목소리는 내가 아는 것과 달라도 이미 누군가에게 익숙한 소리겠지요.
낯설어도 그 목소리를 조금 아껴줘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