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를 두고 참을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좋은 뜻으로 한 말이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참지 못했던 장면부터 떠올리고 있더군요. 고맙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반박하고 있었던 겁니다.
좋은 말을 들으면 저는 먼저 아니라고 하고 싶어져요.
그건 겸손이 아니라 정정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잘못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다. 이상하지요. 좋게 봐주는데 굳이 바로잡으려고 하는걸요.
우리는 자신의 최악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호의를 오해로 받아들인다.
왜 그렇게 안 맞나 생각해보면 이렇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밖에서 한 행동만 봅니다. 저는 그 행동 뒤에 있던 마음까지 다 알고 있고요. 밖에서 보면 참은 거고 안에서 보면 삼킨 겁니다. 같은 장면을 다른 자료로 보고 있는 셈이군요.
그러니 안 맞는 게 당연합니다.
한동안은 제가 아는 쪽이 진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확실하지가 않더군요. 저는 제 안쪽만 알지 밖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모릅니다. 안쪽만 아는 것도 반쪽인걸요. 안 좋은 쪽으로만 기울어서 볼 위험도 있고요.
한 가지는 분명하더라고요.
마음이 어땠든 그날 제가 참은 건 사실입니다. 그 사람은 그 결과 덕을 봤고요. 마음이 지저분했다고 해서 결과가 없어지지는 않는걸요. 그러니 좋게 말해준 게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겠지요.
요즘은 아니라고 안 합니다.
그렇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하고 그냥 둡니다. 속에서 반박이 올라와도 그건 저만 알면 되는 일이고요. 정정하면 그 사람이 머쓱해지기만 하더라고요.
남이 보는 저도 제 일부이고 제가 아는 저도 전부는 아닙니다.
둘을 합쳐야 겨우 비슷해지는 정도겠지요. 그 사이가 멀게 느껴지신다면 그건 자기를 잘 아셔서 그런 겁니다. 그 정도로 두고 지내셔도 괜찮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