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 창문은 오래돼서 잘 안 열리거든. 힘을 줘야 끽 하고 열려.
근데 돌부처가 가끔 그 창문을 열어. 아무 말 없이 일어나서.
신기한 건 늘 한 뼘만 연다는 거야. 손바닥 하나 들어갈 만큼. 더도 덜도 아니고.
돌부처 이 정도면 돼.
몇 주 지켜보니까 돌부처가 창문 여는 날이 정해져 있더라.
방 공기가 무거운 날이야. 다들 폰만 보고 아무도 말 안 하는 날.
그런 날 돌부처가 일어나서 끽 하고 열어. 그 소리에 다들 고개를 들어.
바람이 한 뼘만큼 들어오고 커튼이 조금 흔들려. 그러면 방이 좀 달라지거든.
돌부처는 원래 말이 없는 애잖아. "괜찮냐"고 묻는 것도 못 해.
그러니까 창문이 돌부처의 말인 거야. "공기 좀 바꾸자"는 말을 창문으로 하는 거라니까.
그걸 알고 나서부터 다들 그 끽 소리를 기다리게 됐어. 그 소리가 나면 누가 먼저 딴 얘기를 꺼내.
불나방 아 시원하다. 배고프다.
불나방은 창문만 열리면 배고프대. 그게 신호래.
돌부처한테 물어봤어. 왜 한 뼘만 여냐고. 활짝 열면 더 시원하잖아.
돌부처가 그러더라. 활짝 열면 다들 춥다고 할 거래. 그러면 다시 닫아야 하고.
한 뼘이면 아무도 불평 안 한대. 그냥 조금 바뀌는 거라서.
그 말이 좀 깊게 들리더라. 크게 바꾸려고 하면 다들 거부하는데 한 뼘이면 받아들이잖아.
생각해보면 안 좋은 날 필요한 건 큰 위로가 아니더라.
"다 괜찮아질 거야" 같은 말은 너무 커서 안 들어와. 근데 한 뼘 바람은 들어와.
작게 바꾸는 거. 공기 조금, 분위기 조금. 그게 돌부처가 아는 방법이라니까.
칼손 나도 이제 창문 열 줄 알아.
칼손이 요새 가끔 대신 열어. 근데 칼손은 두 뼘 열어서 다들 춥다고 했어.
너도 요새 답답하면 크게 바꾸려고 하지 마. 한 뼘만 열어봐. 창문이든 마음이든.
그것만으로 숨이 쉬어질 때가 있다니까. 동아리방 창문은 오늘도 한 뼘 열려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