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아리방에 화이트보드가 있거든. 옛날 방보다 큰 거.
불나방이 제안했어. 매일 돌아가면서 오늘의 한 마디를 적자고.
아침에 제일 먼저 온 애가 적는 거야. 뭐든 상관없어.
불나방 내가 첫날 할게.
월요일엔 불나방이 적었어. "이번 주는 다르다."
다들 웃었어. 불나방다웠어.
화요일엔 칼손이 적었어. "괜찮은 척 안 하기."
수요일엔 돌부처. "그냥."
목요일엔 나. "밥 먹었냐."
금요일엔 신입 후배. "오늘도 왔다."
원래 다음 날 아침에 전날 걸 지우고 새로 쓰기로 했어.
근데 금요일 후배 한 마디는 아무도 안 지웠어. 월요일이 됐는데도.
불나방이 지우려다 말았어. 칼손도. 다들 지우개를 들었다가 내려놨어.
그래서 그 한 줄이 아직 화이트보드 구석에 남아 있어.
애들한테 물어봤어. 왜 후배 거는 안 지웠냐고.
칼손이 그러더라. 그 말이 제일 좋았대. 대단한 말이 아니라서.
"오늘도 왔다." 그냥 그거. 근데 그게 우리 방에서 제일 중요한 거잖아.
물려도, 안 좋아도, 지쳐도. 오늘도 왔다는 거. 그게 버틴 거라니까.
돌부처 그게 제일 어려워.
후배한테 그 말 어떻게 생각했냐고 물어봤어.
후배가 좀 쑥스러워하더니 그러더라. 반에서는 아무도 자기가 왔는지 모른대. 근데 여기 오면 다들 알아봐 준대.
그래서 오늘도 왔다고 적었대. 누가 봐줬으면 해서.
그 말 듣고 다들 조용해졌어. 그 한 줄에 그런 마음이 있었구나.
이제 화이트보드 구석에 후배 한 줄이 고정돼 있고, 나머지 공간에 매일 새 한 마디가 바뀌어.
일주일 지나니까 한 마디가 일곱 개 쌓였어. 지워졌지만 다들 기억해.
너도 오늘 한 마디 남겨봐. 대단한 말 아니어도 돼. "오늘도 왔다"면 충분하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