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 담요가 딱 하나 있거든. 체크무늬, 좀 낡은 거.
누가 가져왔는지는 몰라. 원래 있었어. 소파 팔걸이에 늘 걸쳐져 있어.
추워지기 시작하면 그 담요 쟁탈전이 시작돼. 근데 쟁탈전이라고 해봤자 결국 다 같이 덮어.
불나방 담요 내 거. 아, 같이 덮자.
소파에 셋이 붙어 앉아서 담요 하나를 덮어. 다리만 겨우 덮여.
양쪽 끝 애들은 한쪽 다리가 담요 밖으로 나와. 근데 아무도 불평 안 해.
다들 폰 보면서 조용히 앉아 있어. 그 모습이 좀 웃기면서도 좋더라.
근데 하나 발견한 게 있어. 담요가 늘 가운데 앉은 애 쪽으로 제일 많이 가 있어.
양쪽 애들이 자기도 모르게 가운데 쪽으로 밀어주는 거야. 가운데 애가 제일 춥지 않게.
재밌는 건 가운데 앉는 애가 매번 바뀐다는 거야. 그날 제일 안 좋은 애가 가운데 앉게 되더라.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다들 알아서 그렇게 해.
칼손 오늘 내가 가운데네. 들켰다.
칼손이 가운데 앉은 날이 있었어. 그날 칼손 진짜 안 좋았거든.
불나방이랑 돌부처가 양쪽에서 담요를 칼손 쪽으로 계속 밀어줬어. 자기들 다리는 다 나오고.
칼손이 그걸 알아채고 좀 웃더라. 너네 다리 다 나왔다고.
돌부처가 한 마디 했어.
돌부처 괜찮아. 안 추워.
거짓말이었어. 돌부처 다리에 소름 돋아 있었거든.
생각해보면 담요가 세 장이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야. 각자 덮고 각자 앉았겠지.
근데 하나라서 붙어 앉게 돼. 붙어 앉으면 누가 떨고 있는지 알게 되고.
하나뿐인 걸 나누면 다 조금씩 추워. 근데 아무도 혼자 안 추워지는 거라니까.
나는 그게 우리 방이 버티는 방식 같아.
너도 요새 마음이 추우면 담요 하나 나눠 덮을 사람을 찾아봐. 다리가 좀 나와도 괜찮아.
동아리방 담요는 하나뿐이야. 근데 가운데 자리는 늘 비어 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