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는 사촌 언니가 있거든. 오랜만에 만났는데 회사 점심시간 얘기를 해주더라.
언니네 회사는 점심시간에 휴게실 창가 자리가 제일 먼저 찬대.
창밖 보려고 앉는 게 아니래. 폰 보려고 앉는 거래. 혼자 조용히 보려고.
왜 창가냐고 물었더니 언니가 웃더라. 창가는 등 뒤에 사람이 없잖아.
화면을 누가 볼 일이 없으니까 거기 앉는 거래. 다들 폰 들고 창가로 가는 게 거의 줄 서는 것 같대.
그 얘기 듣고 좀 웃겼어. 우리 동아리방 칼손이 벽 쪽 자리만 앉는 거랑 똑같았거든.
칼손 등 뒤에 사람 있으면 불편해.
신기한 건 밥 먹으면서는 그 얘기를 안 한대. 식당에서는 다들 딴 얘기만 한대.
회사 얘기, 주말 얘기, 날씨 얘기. 근데 밥 먹고 나면 다들 흩어져서 창가로 가는 거래.
언니 말로는 같이 있을 때는 괜찮은 척하고, 혼자 있을 때 확인하는 거래.
그 말이 좀 오래 남더라. 어른들도 우리랑 순서가 똑같구나 싶어서.
언니가 그러는데 점심 끝나고 자리로 돌아오는 얼굴을 보면 대충 안대.
누구는 콧노래를 부르고 누구는 커피를 두 잔째 타러 간대. 말은 아무도 안 하는데.
언니는 그걸 보면서 모른 척하는 게 회사 예의래.
돌부처 우리 방이랑 같네.
동아리방에 와서 그 얘기를 했더니 불나방이 그러더라. 회사 가도 우리랑 똑같네, 하고.
근데 나는 좀 다르게 들렸어. 우리는 같이 떠들 방이라도 있잖아. 언니네는 창가에 혼자 앉아야 하는 거고.
어른이 되면 이런 방이 없어지는 건가 싶더라. 그게 좀 쓸쓸하긴 해.
나는 그 창가에 앉는 어른들 마음을 다 알 순 없어. 주식도 모르고 회사도 모르니까.
근데 혼자 확인하고 괜찮은 척하고 돌아가는 건 알 것 같거든. 우리 방 애들도 그러니까.
언니한테도 말했어. 힘들면 동아리방 놀러 오라고. 거기는 안 닫는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