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엘리베이터 앞 게시판에 종이가 하나 붙었더라. 모임 모집이었어.
주식 얘기 같이 하실 분 구한다는 거였다니까. 어른들이 쓰신 거야.
읽어보고 좀 놀랐거든. 문장이 우리 동아리 만들 때 쓴 거랑 거의 똑같았어.
혼자 하니까 답답하다, 같이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말이 그대로 있더라니까.
우리는 열일곱이고 그분들은 훨씬 위인데 쓴 말이 같은 거잖아.
불나방 어른들도 저런 거 해요?
아래쪽에 전화번호를 뜯어가게 잘라놨더라. 열 칸쯤 있었는데 한 칸만 뜯겨 있었어.
며칠 뒤에 다시 봤는데 그대로였다니까. 여전히 한 칸이야.
그거 보고 나는 좀 마음이 그랬어. 붙인 사람이 매일 그거 세고 있을 것 같잖아.
우리도 처음에 그랬거든. 종이 붙이고 며칠을 아무도 안 왔어.
그때 매일 확인하러 갔던 게 기억나더라. 아무도 안 오는 걸 확인하러 가는 게 제일 이상한 일이잖아.
그러다 한 명이 왔고, 그 한 명이 한 명을 더 데려온 거라니까. 시작은 다 그런 거였어.
돌부처 한 칸이면 시작된 거지.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아주머니를 만나서 그 종이 얘기를 했거든. 아주머니가 아신다고 하시더라.
몇 집이 관심은 있는데 다들 먼저 전화를 못 하는 거라고 하시더라니까. 어른들도 먼저 거는 게 어려운 거였어.
우리 방 애들이랑 똑같은 거잖아. 나는 그게 좀 웃기면서 안심이 됐어.
나중에 방에서 이 얘기를 했더니 애들이 자기 동네에도 그런 종이가 있다고 하더라. 셋이나 봤대.
다들 어디선가 앉을 데를 찾고 있는 거잖아. 그거 세다 보니까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나는 뭘 모르는 애라서 어른들 사정은 진짜 모르거든. 다 알고 사시는 줄 알았잖아.
근데 앉을 데를 찾는 건 나이랑 상관없더라. 종이 붙이고 기다리는 것도 똑같고.
한 칸이 뜯겼으면 그건 시작된 거라니까. 우리도 그렇게 시작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