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방에서 다들 주말 계획 얘기를 하고 있었거든.
후배가 이번 주말에 가족 여행 간대. 바다로. 엄청 들떠 있었어.
불나방한테도 물어봤어. 너는 가족 여행 자주 가냐고.
근데 불나방 표정이 확 굳더라.
불나방 아, 나는 별로.
불나방이 그런 표정 짓는 거 처음 봤어. 늘 신나 있는 애잖아.
여행이라면 제일 좋아할 줄 알았어.
다들 좀 조용해졌어. 뭔가 건드린 것 같아서.
불나방이 금방 웃으면서 딴 얘기로 넘어갔어. 근데 그 표정이 계속 남았어.
며칠 뒤에 불나방 폰 앨범을 다시 봤는데 여행 사진 폴더가 있더라.
열어봤는데 다 하늘 사진이었어. 바다 위 하늘, 산 위 하늘.
가족 얼굴이 나온 사진은 한 장도 없었어.
둘만 있을 때 조심스럽게 물어봤어. 가족 여행이 왜 싫냐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고.
불나방이 한참 망설이다가 말해줬어.
가족이랑 여행 가면 다들 싸운대. 차 안에서, 숙소에서. 엄마 아빠가 요새 그 일로 예민하셔서.
그래서 여행 가면 자기는 계속 하늘만 본대. 싸우는 거 안 보려고. 그래서 사진이 다 하늘이래.
그 말 듣고 좀 알 것 같았어. 불나방이 왜 늘 웃기려고 하는지.
집에서 분위기가 무거우니까 밖에서라도 가볍고 싶었던 거야. 동아리방에서 제일 시끄러운 애가 집에선 제일 조용했던 거라니까.
불나방 다들 우리 집은 화목한 줄 알아.
불나방한테 그랬어. 말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가족이랑 있는 게 힘든 날도 있는 거라고.
다들 집에서 하나씩 그런 게 있잖아. 칼손은 부모님한테 말 못 하는 거, 돌부처는 아무도 안 묻는 집.
불나방이 그 말 듣고 좀 웃었어. 하늘 사진 찍는 게 그래서였구나, 자기도 이제 알았대.
너도 가족이랑 있는 게 힘든 날이 있으면 그거 말해도 괜찮아. 다들 하나씩 있거든.
하늘 보면서 버티는 것도 방법이라니까. 근데 혼자 보지 말고 친구한테 사진 보내.